먼저 이 영화에 대한 광적인 옹호자는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개봉도 하기 전에 평점이 바닥을 기고, 따가운 비판이 아닌, 잔인한 비난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제니,주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삐걱거렸다. 제작기간동안 영화정보가 많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10대들의 임신"이라는 설정 자체만으로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영등위에서는 18세 관람가 등급을 내렸고, 재심의를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15세 관람가로 개봉을 하게 되었다. [여고생 시집가기]나 [몽정기2]의 설정과 비교하자면 같은 등급을 받은 [제니,주노]로서는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10대들의 출산이나 성문제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희화화시키거나 노골적인 성(性)묘사라든지 적나라한 장면은 절대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다. [제니,주노]는 청소년을 주관객층으로 하였기에 그들의 시각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를 순수하게 바라본 영화이다. 12세 관람가를 받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제작진들은 그나마 삭제없이 재심의 통과한 것에 감지덕지를 해야할 것이다. 이제 개봉하는 영화로서 아직 제대로 된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기에...아직도 더 있을 따가운 눈초리가 의식되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는 나로서도 지루함과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의 비판의 주범인 '10대의 임신'이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카메라 앵글은 화장실 안 여중생의 모습을 잡는다. 바로 임신측정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 제니, 임신을 확인하고 제니는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는 방금 전 임신의 장본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수해 보이는 주노, 그가 천진난만하게도 웃고 있다. 둘은 이 사실을 알고 두려움과 걱정 앞에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이렇게 심각한 심리묘사는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영화관을 빠져나갔으리라. 혹 비디오 출시 후, 정지 버튼이 눌려있거나, 벌써 꿈 속에서 다른 영화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로, 영화적으로 재조명한 픽션이다. 역시 그 심각한 사태는 제니와 주노의 어이없는 팔씨름 한판으로 분위기 전환을 가져온다. 그 후 제니와 주노의 사랑은 더욱 커져만 가고, 아름다운 영상과 신나는 음악이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다만 아쉬운 것은 제니의 속옷scene이 꽤 많이 비춰지는 점이 거슬린다. 물론 많은 남자(저도 남자입니다)들이 흐뭇해 했을지는 모르나, 굳이 한번 정도로면 끝낼 수 있었던 속옷바람의 제니의 모습을 여러차례 비출 이유가 있었을까?
점점 숨길 수 없는 제니의 임신,,, 결국 제니의 언니에게까지 들켜버린 상황에서 둘은 임신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의도대로, 반발하는 네티즌들과는 달리 제니와 주노의 부모님들은 크게 노(怒)하시지는 않는다. 쉽게 양가는 상견례를 갖고, 합의점을 찾는데,,, 그 와중에 제니와 주노는 기적같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친구들의 도움하에 그것도 말도안돼는 학교 강당에서 말이다. 하지만 장면장면마다의 느낌은 참 좋았다. 역시 [어린신부]의 김호준 감독이었다. 기획은 [제니,주노]가 먼저 되었다는데, [어린신부]보다 이 영화가 먼저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흥미로웠다.
[제니,주노]는 허무맹랑과 유치함으로 똘똘 뭉쳐있다. 부정할 수 없는 점이다. 먼저 두 주인공 박민지와 김혜성은 아역배우라고는 해도 배우스러움이 많이 부족하다. 나름대로 열연을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이 영화를 가볍게 한다면 가볍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매력이 있다면 연기자 같지 않은 연기자라는 점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이다. 자연스러운 중학생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었고, 깜찍발랄하고 귀엽지만 중성적인 매력의 마스크를 가진 모범생 제니의 캐릭터와 수줍은 듯 천진난만한 미소의 얼짱이자 프로게이머 주노의 캐릭터가 10대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선망의 대상일 것이리라. 게다가 인터넷 소설로 사이버상을 뜨겁게 달궜던 원작을 가진 영화이다. 그만큼 10대들이 이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것이고, 그것을 연출하기 위해 감독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 영화에 플러스를 주고 싶다. 영화 중간중간 제니가 꾸는 꿈은 유치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띠게하고, 얼만큼 사랑하냐는 말에 "하늘만큼 땅만큼"이라고 말하는 주노의 유치한 대사라든지, 임신한 제니를 위해 밤에도 정(正)자세에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항시대기(!)하는 모습하며 스토리가 전개될 수록 유치함은 극치로 다다른다. 하지만 그 곳에 재미가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가장 10대적이고, 지금의 10대는 달라졌다고 해도, 추억 속의 자신들의 10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에, 영화 스토리 전개 내내 곳곳에는 그 감정을 건드리는 장치가 내재되어 있는 듯 하다.
영화의 마지막이 약하긴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진진함과 희열의 순간을 몇 차례 느꼈다. 그 정도면 재미면에서는 최악은 아닌게 아닐까?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단 화두에 올려놓은 소재꺼리,,, 이 정도의 구성과 연출이라면 영화적으로 잘 융합되었다고 본다. 비판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어린 10대들의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나간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의 책임보다 어른들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어른들이 느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포인트가 조금 빗겨나가지 않았나 꼬집어 본다.
마지막으로 조연들에 대한 언급을 넘기기에는 조금 아쉽기에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일단 제니와 주노의 부모님들로 열연한 네 분, 정말 개성있는 이미지를 잘 창출해 낸 것 같아, 감초역할로 제격이었다. 제니의 푼수언니 서민정 역시 큰 변화는 없었으나 늘 비춰지던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와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미.사.]에서 은채 동생 민채로 열연했던 정화영이 조연으로 조금 약했다는 점이다. 충분히 플로스 요인이 될 수 있는 조연인데, [미.사.]에서의 민채 반만 열연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특별출연한 안선영도 괜찮았고, 심은진과 김기수는 조금 쌩뚱맞았지만, 흐름상 방해없이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15세 중학생 커플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민감한 소재이기는 하나, 그에 앞서 어린 10대들의 풋풋한 사랑이 담긴 영화이다. 그들의 사랑은 영화 속에서 어수룩하지만 꽤 순수하게 조명된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이 그렇게 순수한 사랑으로만 가득찬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서 잠깐, 10대에 임신한 커플이 순수하냐?는 딴지를 거실 분이라면 머 그냥 두손두발 들고 말겠다. 하지만 순진한 것과 순수하다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네들은 다 알고도 순수하게 사랑을 이어갔다. 조건없이 세상의 때묻지 않은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커플은 충분히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빈 유리잔은 아니지만 맑은 물로 가득 찬 유리잔을 닮은 제니와 주노의 사랑이야기... 거기에다가 10대들의 성문제(임신,낙태,,,)를 접목시켜 바람직한 시각으로 건강한 사고를 갖게 해 준 썩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수호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존중해야 할 '생명'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