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는 흔히 그 엄청난 반전때문에 돋보이고 전설이 되어 두고두고 회자된다.
나는 반전을 다 알아버린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반전이 주는 충격을 잃었다. 대신 반전에 앞서는 것, 식스센스라는 영화의 본질적인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식스센스는 사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귀신 사이에 흐르는 이해심이 핵심이라고 본다.
식스센스에 대해서 할말이 더 많지만 여긴 언브레이커블 감상란이니 이쯤 해두고..
(여기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이 전작에 비해 비난을 받는 것이.. 반전은 뻔하고 이야기는 황당하다는 것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느낌은,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영웅물의 도입부를 기존 작품들에 비해 현실세계와 비교적 유사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그려내는 듯한, 그런 것이었다.
만화라고 비난받지만, 원래부터 감독의 의도는 만화를 그려내는 것이었고, 식스센스 류의 미스테리를 기대한 관객들이 그것에 실망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싸인'을 보지 못했지만, '싸인'을 보고 나서 인터넷 만화가 강풀님이 평으로 그린 만화가 있는데, 샤말란 감독에게 미스테리는 줄거리일뿐, 미스테리를 앞세워 관객의 눈을 끈 후 그 뒤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중점적으로 풀어놓는다는 내용이다.
'식스센스'와 '언브레이커블'을 모두 본 후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언브레이커블'의 두 주인공을 꿰뚫고 있는 것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즉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을 얻지 못한 데이빗은 외형적으로는 문제 없는 가정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적인 불화에 시달리며, 일라이자는 정체성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대악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전형적 선악구도를 지닌 고전적 영웅물이며, 다시 그것을 샤말란표 반전영화라는 포장으로 싸는, 이중 포장 구조의 영화랄까.
반전이 뻔하다고 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닐지? 싶다..
내 경우 반전 장면이 시작되기 5초 전에 반전의 내용이 번개같이 머리속을 때렸다.
바로 전 장면에서, 일라이자의 어머니가 데이빗에게 말해준 악당의 특성이, 카메라가 일라이자를 정면으로 잡는 순간 모두 들이맞는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경악했다.
'식스센스'도 그랬지만, 샤말란표 영화에서 반전은 항상 보너스이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다. 감독이 말하는 바를 강렬하게 남기기 위한 하나의 표현 수단이다. 그것이 영화 자체를 넘어서 평가하는 기준이 되거나, 감독 스스로도 반전을 준비하느라 내용을 충실히 하지 못하거나 하면 서로 손해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언브레이커블'의 반전은 이 영화가 사실 만화라는 것을 가장 잘 알려주는 방식이고, 영화가 만화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지는 것을 딱히 좋지 않게만 생각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언브레이커블'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다만 샤말란 감독이 워낙 반전 미스테리 드라마 감독의 이미지로 굳어져, 그것 때문에 본질적으로 '만화'인 이 작품의 장점이 완전히 묻혀져 버렸다고 생각된다.
만화면 어떤가? 스크린은 어차피 현실이 아니다. 현실의 어떤 점들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포함하고 있다면, 현실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현실을 돌아보는 영화의 기능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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