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정기2(2005)
감독: 정초신
출연: 이지훈, 강은비, 전혜빈, 박슬기, 신주아, 전재형
개봉: 2005년 1월 14일
장르부터 밝혀야겠다. ‘몽정기2’는 성장영화다. 전편처럼 야한 장면이나 ‘아메리칸 파이’ 못지않은 철봉, 컵라면 장면 등을 떠올린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감독은 전편에 이어 정초신 감독이다.
‘몽정기2’는 여고생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주제로 전작처럼 교생 선생님 ‘따먹기’가 목표다. 초경(初經)도 하지 않고 성(性)에 무지한 성은(강은비)의 반에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한다. 잘생긴 교생 선생님 봉구(이지훈)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경쟁사회’다. 내게도 왕자님이라면 남에게도 왕자님이다(용사마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얼짱에 몸짱인 세미(신주아)의 육탄공세에 봉구가 흔들리자 성은은 ‘교생 선생님과 자겠다’고 선언한다.
남성 생식기를 설명하는 생물 시간에 눈을 번뜩이며 질문공세를 퍼부어 여자 선생님(김지영)을 당황케하고, 전편에 등장했던 석구(전재형)를 불러 ‘어떻게 하면 남자가 흥분하냐’고 물어볼 정도로 여고생들의 성적 호기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성은은 동침만 하면 임신하는 줄로 알 정도다. 키스도 안하고 임신이 가능하다? 3일 SBS ‘야심만만’에서 ‘컬투’의 정찬우가 농담삼아 말했던 이상형의 여자인가.
이 영화가 성장영화인 이유는 성은의 성적 호기심이 성적 욕구로 거의 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편에서는 남성의 성적 호기심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사랑을 받았다. 성은의 몸부림은 한 사람을 위한 ‘마음부림’이다. 교생 선생님과 자기 위해 숙소를 기습해서 ‘동침’을 하고 시트까지 붉게 적시는 것도 섹스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편을 떠올리고 행위의 주체만 ‘여자’로 바뀐 것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스럽다. 결말부분은 황당할 정도다. 반전도 눈에 거슬릴 뿐만 아니라 커플을 맺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생뚱맞은 장면이 쏟아진다.
이 영화에서 흐름을 끊으면서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 있다. 성은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학교에서 성교육도 안시키냐며 소리치고 어머니는 “학교는 영어, 수학만 가르치는 곳”이라며 “나도 엄마한테 그런거 배운 적 없어”라고 답한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지적하면서 가정 성교육에 대한 현실을 꼬집은 대목이다. 하지만 딸의 성적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떠넘기기식 면피용 발언만 되풀이할 뿐이다. 성은의 성교육은 어머니의 떡볶이와 아버지의 어르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요즘 성에 눈을 뜨는 연령대가 초등학생이라는 현실에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코미디 영화에서 뭔가 가르쳐보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뻔하고 안일한 장면이다.
1990년대 초반 성에 대한 여학생의 궁금증과 에피소드를 그린 ‘몽정기2’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최다 검색어인 ‘성(섹스)’에 대한 욕망과 판타지를 담아낸 상업 영화다. ‘적당히’ 자극시키고 ‘적당히’ 웃겨야했지만 지나치게 진지했다. ‘몽정기’의 속편이라기보다는 예전 MBC 성장 드라마 ‘사춘기’의 속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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