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이 영화를 보고 왔는데 잤다고 했다. 영화 끝나고 다시 물어봤는데 "크리스틴" 이 대역을 맡았을 때부터 잤다고 했다. 처음에 이 말을 듣는 순간 "역시!! 그러면 그렇지. 뮤지컬 영화는 나랑 좀 안 맞을 거 같아" 생각했다. 여태까지 뮤지컬 영화 본 게 없다. <물랑루즈><시카고> 등등 유명한 영화들도 보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오늘 조조에 시간이 비었길래 아직 겨울에 개봉했는데(그리고 흥행했는데) 못 본 영화를 찾자니 <오페라의 유령>이 제일 처음에 눈에 띄어서 아침이라 졸릴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영화를 봤다. 졸지 않아야 겠다는 긴장감에 몸이 굳어진 채로 본 듯 싶다;;
대사의 90% 정도는 노래로 불렀다. 어디서 들어본 음악이긴 했는데 기억은 잘 안 났으나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대사)를 듣다보니 정말 귀가 녹을 거 같았다. 영화관의 사운드가 좋기도 했지만, 진짜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 한 줄 알았다. 목소리가 끝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상황에 딱딱 맞는 대사들도 일품이었다. 특히 "에미로섬" 은 <투모로우>때 봐서 이쁘다고만 생각한 배우였는데, 와우! 정말 노래 실력이 좋았다. 목소리도 상당히 올라갔고, 다소 많이 힘들었을 "크리스틴" 이라는 배역을 무난히 소화해낸 듯 싶다. 앞으로도 이 배우의 귀추가 주목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캐릭터는 역시 단연 "팬텀" 이었다. "팬텀of오페라" 가 오페라의 유령이니 팬텀의 뜻이 유령이 아닌가 싶다. 이 캐릭터는 <젠틀맨리그>에서도 나온 캐릭터였는데 그 때도 얼굴에 상처를 입어 가면을 쓴 사람이 팬텀이었다. 그 영화에서는 악당으로 나오고, 무슨 세계를 점령할 것처럼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다르다. 얼굴 상처있고, 가면 쓴 것은 똑같지만, 어렸을 때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이 사람이 사회에 대해 왜 적개심을 품고 있는지도 어느 정도 감이 왔고, 솔직히 "팬텀" 의 사랑은 자기를 이해해준 사람에 대한 집착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 사랑이 남녀간의 좋아하는 사랑으로 생각을 하고 상대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그런 면에서 혼자 고뇌하고 많이 외로워했을 사람인 거 같아 영화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결국 "크리스틴" 과 인연을 맺지는 못하지만 마지막에 무덤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보며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어 더 마음 아팠다ㅏ.
다른 뮤지컬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뮤지컬 좋아하시는 분한테는 정말 강력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 스케일도 스케일지만 처음부터 실화가 아닌가 생각하며 영화를 보았기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한 게 생각난다. 이 영화의 가치로 따지자면 오페라를 실제로 본 거 같아 15만원(그 분이 좌석이 좋았나보다) 어치의 영화를 봤다고 올해 가장 비싸게 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충분히 공감한다. 이 영화는 7000원 내고 보기에는 좀 미안하기도 하다. 가끔 뮤지컬도 봐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한테도 추천할 수 있겠다. 보고 노래 소리에 푹 빠져 주무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보시라고 권유드리고 싶다.
p.s 이 영화가 실화인지가 정말 궁금하다. 진짜 파리에서 이런 적이 있다면 이거 정말 이런 소재를 영화화 하기에는 딱인데 왜 여태까지 미뤘었는지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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