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해 상당수의 왤메이드 한국 영화들이 나왔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아는여자, 슈퍼스타 감사용같은 영화들 말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 전체를 본다면 대규모 마케팅에 기댄 내실없는 영화들이 한국영화 그리고 한국의 극장가를 지배한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얄팍한 소재와 코메디에 기대 나온 수많은 영화들은 개봉이 다가오면 먼저 방송가를 점령한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대스타(?)들은 1주 혹은 2주 내내 방송에서 재치(음담패설의 방송버전)를 뽐내고, 이제는 수십억원에 이른 마케팅 비용을 무기로 신문과 인터넷을 지배한다. 동시에 대 배급사를 등에업고 극장가는 이들 영화로 점령된다.
결과는 이렇다. 이제는 영화보기가 생활이 된 오늘날, 습관적으로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미디어의 위력에 의해, 스타의 개인기에 의해 의심없이 극장문을 들어선다. 그리고는 끝이다. 그리고는 끝이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갈수 있을까? 나는 이것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미래가 어둡다고 감히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애기하고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사실 나의 예측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고, 만약 발달된 마케팅 시스템이 웰메이드 영화와 결합한다면 영화산업 전체를 기우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 최악의 마케팅 영화를 보며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제니, 주노 (2005)
공부짱, 인기짱, 깜찍당돌 소녀 제니와 겜짱, 바람돌이 주노는 15세 동갑내기로 학교 친구들 모두가 인정하는 닭살 커플이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달콤한 첫사랑으로 행복한 두 사람. 어느 날, "안녕!"하고 보통 때처럼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는 제니. 그리고 그 인사 뒤에 따라오는 충격적인 말. "나... 요기서 아가가 자라는 거 같아!" 고민에 빠지는 주노. 쉬는 시간, 창가의 아이들이 시끄럽다. 내다보니 운동장에 주노가 줄긋는 라인기로 커다랗게 글씨를 쓰며 뛰어다닌다. '제니야! 사랑해! 영원히 지켜줄께!' 미소짓는 제니.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주노. 둘만의 특별한 비밀이 시작됐다.
아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어른들이 모르게 하는 것! 이제 체계적으로! '2세 지키기' 작전에 돌입한다. 신문배달을 시작하며 아기의 우유값을 모으고, 제니의 야밤 호출에 순대와 피자를 공수하는 등 수호천사 노릇을 톡톡히 하는 주노. 전자파를 조심하고 좋은 것만 생각하려 노력하며 학업과 태교를 병행하는 제니. 둘은 사랑과 믿음으로 천진난만하게(!) 엄마, 아빠의 책임을 다하지만 아직 5개월도 되기 전에 제니의 언니에게 복대한 배를 딱! 걸리고 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부모들. 학교까지 퇴학당한 두 연인. 주노는 집에 가둬진 제니를 만날 수조차 없다. 제니의 부모님들은 아기를 없애기 위해 병원을 알아보려 다니고 상심한 주노에게는 평소 주노를 넘보던 여학생들의 호시탐탐 유혹이 시작되는데... 상상보다 강한 시련과 방해 작전. 과연 제니와 주노는 아기를 지킬 수 있을까?
사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미성년자의 임신 스토리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오늘날 청소년이 성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밖에 되지 않는다. 실재로도 청소년 임신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제가 곧바로 영화로 제작되는 데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소제는 우리가 직접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며, 당사자인 청소년을 윤리적으로 비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지양되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제는 작가주의 감독 김기덕이나, 초리얼리즘 감독 임순례, 혹은 다큐멘터리 감독 변영주에 의해 냉정하고 사실적인 시각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과 제작사는 누구인가? 바로 어린 신부의 감독과 제작사이다. 이들은 미성년과의 결혼이란 소재를 남성의 성적 판타지와 코메디로 풀어낸 이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은 이런 소제가 상업적으로 성공할수 있다는 경험을 채득란 이들이다.
과연 이들이 만든 영화는 어떤 영화이겠는가? 예고편과 시놉시스 그리고 나의 예측으로 본 영화의 모습은 분명하다. 임신으로 인한 소동을 코메디로 풀어내고, 사회적 문제는 신파로 풀어낸다. 이것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다.
딱 까놓고 얘기해보자.
어떻게 사회적 시선과 상황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을 할 수 있는가! 그것도 그 대상이 청소년인데도 말이다..
부탁건데 제말 개봉한다고 주인공 애들 야심만만만 내보내지 마라 ..
그애들한테도 음담패설 만은 시키지 마라.
이 썩을 놈들아!!!!!!!!!!!!!!!!
ps: 이소설이 인터넷 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글이 써질 수 있다는 것이에는 동의한다. 소녀들의 환타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이것이 영화라는 거대한 산업적 생산물이 될 수 있었다는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도데체가 그들에게 상상력이라는게 존재하느는가? 양심이라는게 존재하는가? 두고볼 일이다.
ps2: 네이버에 썼던 글을 퍼온 관계로.
이 영화보면서 이승연 사태가 기억나는데 나는 당시 이승연를 옹호했던 사람이다.
왜냐! 당시 설마 일반인도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설마 돈을 위해서 선택했갰는가 하는 의문 때문 이었다. 병신이 아니고서야 그게 상업적으로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난 진짜 그게 예술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 내가 병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돈생각만 너무하다보면 초등학생도 알수 있는 계산이 안되고, 성공할수 있는 요인만 보인다는 걸 알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시드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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