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는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판단하자면 아프리카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 소녀의 가슴 따뜻한 로망스 무비 같아 보인다. 사실 이 영화 제목을 번역한 사람의 고초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제목 어디에도 러브 인 아프리카는 존재 하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 영화들이 수입사의 고심에 의해 그럴듯한 한국 영화 제목으로 탈 바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 역시 원작 제목과는 상관없이 변형된 경우라 하겠다.
<러브 인 아프리카>는 독일 여성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케냐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이 영화는 한국에서 2시간 20분 런닝타임 영화가 2시간 런닝타임으로 편집되어 개봉하는 비운을 맞았다. 한국 영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픈 대목중에 하나이다. 전용 예술관이 제대로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런 영화가 풀 런닝 타임으로 개봉하기는 정말 힘들다.
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는 영화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이며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역시 좋은 수상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중에 영화 수입사에서 제공한 한국형 포스터와 영화제목으로 대충 짐작하고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정말 관객들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우선 이 영화는 전혀 재미 있지 않은 영화이다. 2시간동안 영화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루함은 한국형 영화제목과 포스터에 취해서 뭔가를 기대하고 본 관객들에게는 더욱더 뒷 감당을 할 수 없을만큼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한국형 포스터와 영화제목을 보면 운영자 역시 이 영화가 이전에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여러차례한 그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영화제목은 말 그대로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듯한 연산 작용을 일으켜 이 영화가 전해주는 주제와 전혀 동 떨어진 로망스 무비 같은 이미지를 영화 관람 준비중인 관객들에게 심어준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서 전해줄려는 주제와 전혀 맞지 않는 신비감을 안겨주고 말 것이다.
그러한 기대감은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심한 부담감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다루고 있다.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고향을 버리고 케냐라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적응해 나갈 수 밖에 없는 독일계 유태인인 레드리히 가족의 아픔과 화합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사실 아프리카라는 상황적 배경만 있을 뿐이지 이 영화의 핵심은 레드리히 가족들이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족들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핵심이고 보면 한국형 포스터와 영화제목은 상당한 이질감을 안겨다 주고 만다.
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는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은 만큼 한번은 볼 만한 영화이다. 실제로 있었던 실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아프리카의 여정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져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흥행을 중요시하다보니 실제 영화 내용과는 전혀 동 떨어진 포스터와 영화제목의 이미지가 자꾸 겹쳐지다보면,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불만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흥행을 등한시 할 수도 없겠지만 관객들에게 괸히 욕먹지 않아도 될 영화가 욕 먹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것은 이러한 이유때문이 아닐가?
이 영화가 만약 한국에 예술 전용관이 마련된 상태에서 일제히 개봉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가? 이 영화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흥행과 극장 개봉을 위해 화려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한국형 포스터와 영화제목을 가진 영화들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가?를 생각하다보니 씁쓸한 뒷 맛이 남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는 일부에서 혹평하는 쓰레기 같은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진실에 가슴을 열고 본다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어느정도의 감동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운영자도 영화 포스터와 제목만 본다면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소녀의 로망스 무비가 생각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