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퍼즐맞추기가 시작되었다. 지난번에는 왜 그렇게 졸렸을까. 이번에 남은 부분을 볼때는 정신이 점점 말똥말똥해졌다. 숀펜, 나오미 와츠, 델토로. 처음에 보면서 내가 혼자 추측했던 부분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실의 전체를 보게 되면서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정신이 말짱해졌던 것 같다. 결과만을 보면 그 이전의 것들은 무시되게 된다. 숀펜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그의 애인, 남편과 아이를 잃은 슬픔에 그 범인을 찾아 죽여야 한다고 울부짖는 나오미 와츠, 사고 후에 절망하고 신은 자기를 이용해먹었다고 생각하는 델토로. 그들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는 먼저 결과를 보여주고 차례차례 그 배경을 보여준다. 결과를 보면 '왜그랬을까' '이게 어떻게 된거지'하며 그 이전 상황을 혼자 추측해보는데 진실은 추측과는 확연히 달라서 그야말로 은근한 역반전(!)이 되었던 것 같다. 행복한 결과에 도취되지 않고 과거를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궁금해한 사람은 숀펜 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고용해서 이식된 심장을 준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 알게되고 찾아가게 되면서 그 세사람은 엮인다. 그런데 여기서 숀펜도 또한 결과만을 보고 기록만을 보고 델토로를 판단하게 된다. 관객인 나도 마찬가지이고. 델토로의 전적이 수많은 범죄로 기록되어 있고 사고를 내고 태연하게 도망칠만한 그런 '놈'으로 이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거다. 사실 델토로는 똑바로 살려고 마음을 먹고 무던히도 노력을 하던 중이었고 사고를 낸 후 너무나 괴로워해서 자신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가족마저 등지고 홀로 길을 나서는데 말이다. 살아보려고 용쓰던 숀펜, 좀더 착하게 살아보려고 용쓰던 델토로,그리고 평화로운 행복을 누리고 있던 나오미 와츠. 나오미 와츠의 행복이 무너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보려고 용쓰던 숀펜의 행복이 이루어진다. 심장을 얻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좀더 착하게 살아보려던 델토로의 행복이 무너진다. 유일하게 행복을 얻은 숀펜이 자신에게 행복을 제공해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되면서 상황은 또 바뀐다. 나오미 와츠의 슬픔을 함께 하고 그녀와 함께 델토로를 죽여야 한다고 동감한다. 정말로 가능한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아마도 숀펜은 여러가지 생각을 했나보다. 만약 이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이식 거부반응으로 어차피 죽을 것이고 이 사람의 가족들은 가장이 죽으니 얼마나 괴로워할까. 나오미 와츠가 남편을 잃은 것처럼 그 가족들이 슬퍼할 것인데. 이 사람을 죽인다고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내가 죽는다면 역시나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슬퍼할 것인데. 예정된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판단이 가능했을까. 그렇게 살려서 보내준 델토로가 죽음을 자처하며 두 사람을 찾아와서 난동을 피웠을때 숀펜은 심장이 아파서 쓰러졌고 나오미 와츠는 델토로를 죽일듯이 팼다. 그것을 지켜보던 숀펜이 그녀가 델토로를 죽일 기세였고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후면 죽을 자신의 몸에 총알을 박았던 것 같다. 그것으로 모든 갈등은 진정이 된다. 나오미 와츠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게 되었고 델토로는 자신을 용서해준 두 사람을 통해 자기자신도 용서하게 되어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숀펜의 심장이 멎으면서 그가 했던 생각들. 죽으면 21g이 몸으로부터 빠져나가게 된다. 결국 남는 것은 21g의 무언가일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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