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이 영화 뭔가 볼만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면서 공작새의 눈, 깃털, 연분홍 장미꽃 등등이 하나하나
클로즈업 되서 나오는데 황홀하다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림엔 소질이 있었지만 생활력이 없었던 가난한 화가의 딸로 태어난 베키는
자신의 신분이 한계단 한계단 상승하면서도 더 큰 것을 바라게 되다가 중간에
이용도 당하고, 버림도 받고...하지만 나중에는 명예보다는 부를 택하여
살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라 할 수 있다.
137분짜리 긴 영화. 하지만 보면서 지루하다던가 저건 좀 쓸데없이 긴 장면이
아닌가 이런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내용을 말하려다 보니 작은 이런저런 사건의 마무리가
단순한 말 한마디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예를 들자면,
베키가 친구 아멜리에에게 그녀의 남편 조지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읽어주자 그걸 듣고 바로 우는 레베카에게 베키가 하는 말,
"뭐하고 서있어? 얼른 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할 틈도 없이 도빈 대위에게로
달려가서 키스하는 아멜리에.. 이런 싱거운 장면들은 여러개가 있었다.
오죽하면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코메디를 보는 것처럼 중간중간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마지막에 베키를 끊임없이 지원해줬던 능글맞은 백작이
어떤 큰 목적으로 그녀를 도와주는가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건만, 결국은
이유가 베키와의 잠자리를 원했던 것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영화를 김 새게
만들었다. -.-
내가 너무 이 영화에 뭔가 대단한 걸 원하고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스토리는
재미있었지만 한 사건이 끝날 때마다의 마무리가 미숙했었던 것이 아쉬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베키가 파멸하는가 싶었더니 아니었자나?! ㅋㅋ
나는 미라 네어 감독에게보다도 이 영화의 미술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소품 하나하나, 의상 등등 너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또한 금발이 너무해 영화의
가벼운 느낌의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도 볼 만했고,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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