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의 사람들에게 이와이순지의 '러브레터'는 하나의 전설이었다..
일본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불가 일때 벌거스름한 비디오화면으로 볼사람은 다본 바로 그영화..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산을 보던 자동으로 '오겡기데스까? 와다시와 겡기데쓰'를 외치게 했던 바로 그 영화..
개봉불가시절 비디오로 두번 봤고.. 일본문화개방이후 극장에서 한번봤고.. 그후로.. 케이블같은데서 여러번 봤고.. 동시대의 일본감독이라면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쯤이나 알던 시절에도.. 이와이순지는(심지어 이와이월드라고 표현되어지면서) 우리나라관객이 참 좋아하는 감독의 하나일 것이다..
그후.. 이와이 감독의 '4월 이야기'를 비디오로 봤고.. 어제 '하나의 앨리스'를 봤고..
그런데.. 지금 심정으론 도대체 그 감독영화의 무엇에 그렇게 열광을 하는걸까.. 우리나라 평론가들의 그 상찬은 도대체 뭐지.. 싶다..
아무리 취향의 차이라고 하지만(취향이고 뭐고 절대좋은영화는 장르의 구애를 받지않는다는게 내 생각인데) 이건 너무 말랑말랑하다.. 음.. 뭐랄까 티브이의 청소년드라마를 본듯한 느낌이랄까..
또 난 이상하게 모든 일본영화의 대사처리나 연기같은게 왜 이렇게 도식적으로 느껴지는지.. 이게 동화같은 느낌으로 갔다고 쳐도.. 현실에서 약간은 발을 뗀 판타지라고 한들.. 도무지 모든게 생뚱맞다..차라리.. 벚꽃이 휘날리는 순간이라든가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계절감같은건 참 아름답구나.. 싶지만..
주인공 두소녀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미야모토역의 가쿠 도모히로(이름 절대 못외움.. 지금도 찾아보고 옮겨적은것임.. 난 일본이름은 어찌나 헷갈리는지 지금까지 제대로 읽은 일본소설이 별로없다는..)는 어찌나 '공고생'스러운지(이런식으로 공고생을 비하하면 안되는데..^^)딱 재수없는 스타일이다..
하나역의 배우도 너무도 일본인스럽게 생겼고 다만 아리스역의 아오이 유우만은 참 사랑스럽고 예쁘다..
영화중간에 딸의 남자친구가 소파에서 자는줄도 모르고 앨리스 엄마가 팬티 브래지어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씬이 있는데 딸의 남자친구를 뒤늦게 발견하고도 유유히 커피줄까 물어보는 장면을 보고는(내 예상엔 그 엄마가 아악~ 놀라서 얼른다른곳으로 갈줄 알았는데) 저런 정서가 일본의 공통적인 걸까.. 아님 저 영화에서만 특별한 상황인걸까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가끔은 입가에 미소가 쓱 지나가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화면에 마음을 뺏기기도 했지만.. 도무지 마음에 와닿는건 없었던 영화.. 러브레터야 물론 아주 좋았지만 그후의 '4월 이야기'며 이번의 '하나와 앨리스'며 영 시원찮아서..
이와이 순지에 대한 기대를 거두기로 함..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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