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 vs 여제자 ... 주인공은 셋 아닌가? 남선생이 빠진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두 여자들의 시점에서 이야기 구도가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쉬운 예로 여미옥 선생님이 고미남 따귀를 때림으로 인해 이 사건은 사이버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고, 결국 학교에 부모님의 출두사건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영화는 "여선생 vs 여제자"의 본질적인 꽃미남 미술선생님을 둔 연애다툼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듯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와중에 정작 꽃미남 미술선생님은 의식될정도로 등장을 하지 않는다. 즉, 이 영화는 두 여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다. 이것으로 볼 때 [선생김봉두]의 여성판으로 이해해도 된다는 논리가 확립되는 셈이다.
장규성 감독, 우리나라 최초로 패러디 영화 [재밌는영화]의 그럭저럭한 성공으로 영화계에 정식데뷔를 하고 난 후, 잘나가는 배우 "차승원"을 끌여들여 지금까지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잔잔한(이로 인해 실망감도 얻었을법한) 코미디 영화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선생 김봉두]이다. 소리소문 없이 그 영화의 여성판 [여선생vs여제자]가 제작에 들어간다. 제작기간, 그리고 특히 크랭크 인과 크랭크 업 기간 동안 그렇게 화제가 된 영화는 아니다. 아직도 홍보가 미흡한 영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온 우리들(!)은 예측할 것이다. 이 영화 예사롭지 않다. 흥행하리라~~~. 흥행을 점쳐본다면 미소가 띠어진다. 이렇게 흥행을 할 것 같은 예측을 했는데, 굵직굵직한 다른 영화들로 인해 흥행못한 좋은 영화로 남으면 슬프기 때문이다. [내머리속의 지우개]의 승승장구 속에서 함께 1위그룹을 형성하면서 200만까지 바라볼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솔직히 바람이 많이 첨가되었지만 100만 이상은 장담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영화는 얼짱영계 고미남과 노처녀히스테리 여미옥 선생님이 새로 부임한 꽃미남 미술선생님을 두고 한판 벌이는 총각선생쟁탈전이다. 다소 거북하고, 남사스러우면서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 곳곳에 장착되어 있지만, 이야기 전개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간다.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주인공인 여미옥은 말 할 것도 없고, 반장과 일진패거리 짱인 여자아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 들의 연기는 감칠맛나라고 내재되어 있는 변희봉이나 나문희와 같은 조연보다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분들이 몇몇 나오시기에 친근감을 주면서 그 영화와의 연계성을 끊지 않으려는 감독님의 애착이 돋보이긴 하지만, 자칫 식상해 보이기도하다. (둘의 연관성을 뻔히 아는 나로서는)
영화는 초등학교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일진패거리들의 모습이나, 6학년 언니들이라고 등장하는 어수룩한 언니들,,, 그리고 학교의 행사모습이나 소풍정경, 아역배우들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에서 감독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초등학생을 사실적이고 직설적으로 담고 있지만, 자칫 비판 받을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구도는 "여선생vs여제자"에서 "여선생=여제자"의 구도로 바뀌어 간다.
이렇게 이야기의 전개가 두가지 양상을 띄면서 역시 [선생김봉두]에서 보여줬던 의미깊은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이 부분에 있어서 [선생김봉두]는 두 양상이 너무 혼재되어 있었다. 그것이 아쉬웠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두 구도가 현저하게 명확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영화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두 구도의 중간지점이다. 갑자기 전환된다는 느낌이 화면상으로는 들지만, 전혀 부자연스럽지만은 않다. 우리에게 선생님과 제자라는 관계가 익숙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내적외적단상이 어느정도 잠재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부자연스러움을 스스로의 의식속으로 짚고 넘어가는 것 같다. 여기서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여미옥 선생님과 고미남의 관계는 사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숨겨져 있다. 부정을 초등학교 시절 남자선생님에게 느꼈다는 점! 이 부분 사실 개인적으로 예상한 부분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고편이나 포스터, 시놉시스를 보면서 고미남이 꽃미남 미술선생에게 다가가는 이유가 분명히 아버지 때문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이 적중해 들어갔다. 더욱이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참 좋은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다. 이 영화 눈물을 짜낼 영화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하지만 그 동병상련의 사제지간 공유의 아픔을 드러내면서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을 적당량 자아내고 있었다. 또한 이야기의 종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엔딩에 대한 장면을 스포일러성이 짙기 때문에 언급은 안하지만, 괜찮다고 평을 내리고 싶다. ^^. 참~ 마지막으로 염정아의 연기변신은 인정해주고 싶다. [장화, 홍련]에서 보여준 쌀쌀맞은 이미지가 어느정도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푼수이미지가 추가된 것이 바로 여미옥 선생님이라는 배역이다. 선생님으로서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단순히 망가지는 오바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리얼연기이다. ^^ 정말 여자 차승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같다. 아역배우 이세영 또한 [아홉살 인생]에 이어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고, 그 눈빛이 앞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 같다. 슬퍼보이면서 외로움을 간직한 눈망울이 훗날 멜로연기에도 도전해볼만 하다고 예측하고 싶다. 이지훈은 물론 나쁘지는 않았지만 별로언급할만한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는 하지만 미안할 뿐이다.
오래된 추억을 잊어버린 한 노처녀 여선생과 그 추억속의 아픔만을 간직한 한 여제자간의 팽팽한 접전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지만, 그 바탕에 깔려진 여러장치와 신선한 도구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한레벨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놓게 하였다. 이 정도면 이 영화의 목적을 달성된 셈 아닐까? 흥행? 그런것은 관객들이 선택할 일이다. 영화자체만으로 벌써 성공을 이룬 [여선생vs여제자]... 참 뜻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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