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리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스텝들이 뭉친 걸 전제로 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허접쓰레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절반의 평가는 거장에 대한 아주 약간의 예의를
뺀다면 '돈 아까운' 영화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괜찮다'라는 평이야 말로 감독에게 있어선
황당한 일이 될성싶다.
돈이 아깝다라고 말하는 절반은 대체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 혹은 기대에 따른 실망
에 그 원인을 두고 있으나 괜찮다라고 말하는 절반은 여전히 하류인생을 진짜사나이
의 표상으로 삼고 있을 뿐아니라 왜 그의 인생이 하류인가라고 반문하기 까지 하니,
'평범하지 않은 시대에 살던 그다지 평범하진 않지만 그때 당시론 평범한 남자를 통
해 하류로 얼룩진 인생과 사회를'보여주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너무도 어이없게 무
너진 셈이 아닐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우울함과 짜증스러움에 젖어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아서 공감대를 느꼈다는 것이 아니다.
내 나이 겨우 서른셋. 군부독재시절에 코흘리며 학교를 다녔다는걸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영화속 주인공의 삶의 방식이 여전히 '멋진녀석'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교내폭력을 뉴스추적에서 보도하는 것과 동시에 '일진'출신의 연예인을 은근히 동경
하는 듯한 기사를 싣는 신문들과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욕
하는 한편 영화속에 나오는 '바이크'의 주인공들은 누구도 헬멧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너무도 어색한 우리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옛날'의 잘나가던 한국 경제를 앞세워 모든것을 합리화 시키고 향수마저
느끼는 '국민정서'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감독은 진정한 하류영화를 만들려고 애를 쓴건지도 모른다.
그가 거칠기 짝이 없는 이 나라의 영화판에서 쌓아온 수십년 내공과 이전의 작품들을
놓고 미루어 볼때 어쩌면 그는 여전히 하류를 자처하는 이 사회와 관객들을 조롱하는 데
성공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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