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모순이라고 절대적으로 믿었던 때가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절대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서는 버젓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것에 때로는 동조하며 때로는 혐오하며 그 늪속에 빠져 들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던 때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도발적이다. 그의 영화가 사람들에게 <도발>이라 회자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모순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6년에 걸쳐 한 사람에게서 예수와 유다의 모습을 모두 발견한 다빈치의 일화처럼 그의 영화속에서도 흑과 백이, 현실과 허구가 공존하며, 서정적 낭만과 함께 치명적인 유혹, 음모가 함께한다. 순수와 타락이 함께하며 존엄과 경멸이 양립한다. 극과 극이 손을 맞잡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도발>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 <보편적>이라는 상식을 거부하며 인간 최말단의 감정까지 회의를 품으며 그는 그 도발적 게임을 즐긴다. 그 게임에 발끝까지 불편함을 느끼는 한편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린 시절 이나시오가 신부로부터 받은 <나쁜 교육>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 이나시오는 죽음을, 마놀로는 파계와 파괴적 사랑을. 후안은 자신의 형을 죽이게 되는 운명을, 그리고 엔리케는 훼손된 첫사랑과 이러한 비밀을 받아드려야 하는 비극을 얻게 된다. <나쁜 교육>의 이야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라는 환상의 뿌리를 뒤흔드는 알모도바르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된 것이다. 성의 환상, 관념의 환상, 시간과 공간의 환상 속에서 사는 우리에게 <도발>로 다가온 그의 영화는 그 환상들의 세계를 붕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만들어 내고 싶은 또 다른 환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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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2004, Bad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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