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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지만 너무도 나약한 영화!! 연인
julialove 2004-09-10 오전 12:02:17 1469   [6]

이른바 거대한 자본과 화려한 볼거리들로 무장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언제나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한다. 매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관객동원 1000만명 시대를 연 우리나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까지 유명 배우와 유명 감독, 최고의 기술을 겸비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그만큼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즉, 최고의 요소요소들로 가득 채워진 영화들은 항상 관객들의 주목을 받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장예모 감독의 [연인]은 중국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이다. 세계 3대 영화제의 굵직한 상들을 모두 거머쥔 장예모 감독의 이름이야 왠만한 영화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일테고, 홍콩 느와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무간도]를 통해 다시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유덕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익숙한 여배우 장쯔이와 오래전부터 꽃미남 배우로 인기를 얻어 온 금성무까지 영화 [연인]은 겉으로 보이는 타이틀 만으로도 가슴 설레이게 만드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오랜 골수팬들에게 있어 장예모 감독의 영화라 하면 세계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 받은 여러 영화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관객들에게 있어서 장예모 감독을 알리게 해준 영화라 하면 2002년에 선보인 [영웅]이란 작품일 것이다.다소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지만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인 [영웅]처럼 신작인 [연인] 역시 한층 더 화려하고 세련된 화면들로써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람소리와 풀소리 등 미세한 소리들로써 청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지만 정작 그렇게 화려한 화면들에서 어느 하나의 스토리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영화 [연인]을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한 영화로 그치도록 한다. 장예모 감독의 이름을 내건 영화인만큼 화려한 볼거리 못지않게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기대한 관객들도 있을것이다. 물론 헐리웃이나 우리나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 역시 정작 화면에 치우쳐 그 속에 담긴 빈약한 스토리가 따라다니기 마련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책상 서랍 속의 동화]등으로 진하고 긴 감동을 전해준 감독 장예모 라는 이름때문에 여느 블록버스터급 영화들과는 다른 기대를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영화 [연인]은 부패한 관리들과 반란집단인 비도문이란 집단 사이의 대결과 그러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진, 레오, 메이라는 세 인물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어느 하나의 스토리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채 그저 눈요깃거리들만 제공할 뿐이다. 관리와 비도문이란 집단의 대결구도는 일찌감치 영화에서 그 비중을 잃어가고, 차차 드러나는 세 인물의 멜로 역시 당황스럽고 진부하기만 하다. 또한 무미건조하고 개성없는 세 캐릭터로 인해 영화가 진행될수록 지루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 역시 영화 [연인]에서 보여지는 멜로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스토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지만 영화 [연인]이 보여주는 스토리는 단순함과 진부함을 넘어서 조금의 재미나 흥미도 전해주지를 않는다. 마치 황당무계한 반전영화를 보는듯이 밝혀지는 세 인물들의 관계와 비밀, 긴장감은 커녕 허술하기까지한 관리와 비도문의 대결구도까지 영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실망감만 커지도록 해주는 것이 영화 [연인]이 가진 스토리이다. 일찌감치 사랑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대결이란 설정에서 다소 식상함을 느꼈던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영화의 시작과 함께 그전에 가졌던 조금의 기대감 마저도 놓아버리게 될 것이다.

[연인]은 겉으로 보이는 멋진 요소요소들이 조금은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하고 맥없는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장예모라는 이름마저도 실망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렇지만 영화 [연인]은 최고의 스텝들이 모여 만든 영화인만큼 영화로써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들만큼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이미 전작인 [영웅]을 통해 화려하고 동양적인 색채미학을 보여준 장예모 감독은 [연인]에서는 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고풍스럽고 묘한 매력의 색감으로 관객들의 눈을 유혹한다. 시작과 함께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들은 역시나 장예모 감독다운 화면연출을 보여준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의상감독 와다 에미와 미술감독 후오 팅샤오의 탁월한 실력들로 [영웅]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들의 육감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절경들만 찾아다녔다는 영화 속 배경들과 중국 특유의 신비감이 묻어나는 색채로 꾸며진 의상과 세트 하나하나가 영화 [연인]의 유일한 볼거리라 할만할 것이다. 화면과 더불어 잔잔하고 가슴 한구석에 여운을 남겨주었던 전작들과 달리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로만 치장된 [영웅]이나 이번의 [연인]까지 너무도 멋지고 화려하게 꾸며진 세트와 배경들만큼 스토리가 뒷받침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차례 시도된바 있는 무협멜로 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 [연인]에서 다루는 로맨스는 조금의 감흥도 전달하지 못하는 밋밋하고 당황스러운 스토리로 일찌감치 관객들의 기대감을 산산히 무너뜨려 버릴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그려진 세 주인공 캐릭터들 역시 뚜렷한 이미지나 개성도 없이 무미건조하고 평범하기만 하다. 냉정하고 차가운 관리인 레오나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관리인 진이란 두 남성 캐릭터는 각자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그저 단순한 무협영화 속 캐릭터 정도로만 비쳐진다. 또한 유덕화나 금성무가 보여주는 연기 역시 조금의 특별함없이 밋밋하고 단순하게만 비쳐질 뿐이다. 영화 [연인]에서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인 메이라는 캐릭터 역시 밋밋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녀를 연기한 장쯔이의 매력만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빛을 발했을 뿐이다. 영화 초반에 관객들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장쯔이의 고전무용 솜씨는 [연인]이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장쯔이는 어느영화 속 모습보다도 돋보이는 모습이다.

영화 [연인]은 워낙 빈약하고 밋밋한 스토리로 인해 캐릭터들 조차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실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식상한 중국 무협액션과 허술한 스토리 속에서 과장되고 당황스럽기만 한 액션으로 인해 무협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인 무협액션 마저도 실망감을 안겨준다. 지나치게 과장되고 황당무계한 대나무숲 결투씬이나 영화 속 비장함과는 달리 오히려 관객들에겐 어처구니 없는 웃음거리로만 비쳐지는 진과 레오의 마지막 대결장면, 그리고 영화의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액션연기들 모두가 터무니없기만 하다. 그만큼 영화 [연인]은 의상과 배경만 눈에 들어올 뿐 하물려 화려한 무협액션 마저도 유치하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나치게 겉멋이 들어간 [연인]의 무협액션은 더이상 과장과 기술로만 꾸며진 진부한 액션연기를 거부하는 관객들에겐 외면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장예모 감독과 장쯔이, 금성무, 유덕화같은 최고의 중국배우들이 만들어낸 대작인 만큼 [연인]이란 영화 한 편에 거는 기대는 누구나 클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그런 기대감에 조금도 미치지 못하는 영화의 속 모습에 금새 큰 실망만 하도록 해주기에 그 배신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명성있는 감독과 유명 배우들, 국내외의 대단한 홍보들까지 [연인]이라는 영화 한 편의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기대치를 상승시키는 요소들이 대단히 많다. 특히, [와호장룡], [영웅]으로 이어지는 화려하고 멋드러진 중국 무협액션은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연인]은 관객들에게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영화일뿐이다. 관객들을 시종일관 즐겁게 해주려는 눈요깃거리가 풍부하지만 그 역시 지나친 잘난척과 영화와는 상관없는 과장된 연출로인해 금새 지루함과 식상함에 빠져들게 하고만다. 아마도 관객들은 영화 [연인]이 겉으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요소들로써 크나큰 기대감을 안고 극장을 향하게 될것이다. 하지만 [연인]이란 영화 한 편에 담긴 거창하고 화려한 이름들이 무색할 정도로 깊은 한숨을 쉬고 나올 관객들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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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2004, Lovers , House Of Flying Daggers / 戀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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