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난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 와있다.
델프트의 풍경과 베르매르의 화실,
인공적임을 배제한 자연광의 모습 그 자체가 바로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북구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관찰하기 위해 난 화실로 들어선다.
그리트라는 16살의 소녀,
가세가 기울어 어린 나이에 그녀는 베르매르 집의 하녀로 들어온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자연스럽게 화실을 청소하면서 베르매르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둘은 어떤 사랑의 속삭임도 행위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베르매르의 많은 그림 중에서 유독 화가에게 시선을 응시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은밀히 얘기해주고 있는 듯 하다.
화가의 시선과 소녀의 시선이 일치한 것만으로도 둘은 섹스 이상의 이성적 교감을 나눈것이 아닐까...
소녀 그리트의 시선처리와 미묘한 떨림, 표현되지 않는 양식들.
색의 아름다움과 명과 암으로 그려진 세상.
잠깐 동안의 교감이었지만, 소녀는 이 모든 것을 베르매르를 통해 깨닫는다.
아름다운 영상,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스칼렛 요한슨(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과 콜린 퍼스(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의 내면 연기..이 모든 것이 융화가 되어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한 듯 명화에 취한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 화면에 점차로 크게 비춰지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품을 보는 순간, 작가의 영혼의 숨결을 느낀다..그리고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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