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말이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심심한 양해를 구한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정말 우연하게,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격으로 보게 된 영화다.
영화관에 도착할 때까지 영화 제목도 모르고 있었으니 뭘 더 말하리.
그냥 친구가 시사회 표가 생겼다고 전화가 왔기에 [무엇보다 공짜 아닌가]
집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 할 일도 없기에 졸래졸래 따라가게 되었다.
요즘 영화관련 프로나 영화관에 출입한 지 오래된 지라 '돈텔파파'라는 제목을 보고는
'이게 뭐야?'라고 중얼거리고 표를 받으러 간 본인은 곧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겪어 버렸다.
...내 생전 시사회에서 콘돔을 받아 본 경험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싶다.
순간 당황해 버려서 친구녀석에게 15세 맞냐고 몇번씩이나 물었다.
거의 대부분이 성인이고 남녀 쌍쌍이 온 커플도 꽤 있어보였지만 고등학생 쯤으로 추정되는 사람
들도 적잖이 보이는 데 명색이 15세 관람가라는 딱지를 내걸고 있으면서 이 무슨 해괴망칙한
사은품이란 말인가?
콘돔을 쓸 일이라도 만들라는 건가.[이 것이 제작사측에서 고안해 낸 것이라면 정말이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찌됐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니 얼마 안 지나서 영화가 시작됐다.
솔직히 터 놓고 말하자면 중반까지 갔을 때 '뭐, 이런 영화가 있나' 싶었다.
반은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 대놓고 까 보여주는 노출.
만약 '섹스코미디'와 '18세 관람가'라는 딱지가 붙었다면 분명 적절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15세'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더나지 않고 강하게 남는다.
솔직히 15세와 18세의 갭은 너무나 크다.
도대체 이 것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가끔 아리송하기도 하다.
차라리 그 사이에 다른...17세라든가 하는 등급이 있었으면 한 마음도 든다.
[물론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긴 하다만]
이 영화같이 18세라고 하기에는 뭐한, 하지만 결코 15세가 될 수 는 영화들을 위해 말이다.
이런저런 말을 지껄였지만 전체적인 관람가는 '上'이었다.
아무리 욕과 노출이 지분거린다 하더라도 '부자간의 사랑과 부성애'라는 주제가 확실히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온 후 아는 사람이 '그 영화 어땠어?' 라고 물었을 때, 재미있었다...
라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수많은 졸작들에 비하면 주제에 충실한 영화였다.
일단 유승호군의 연기가 무척이나 훌륭했다고 본다.
마지막에 정웅인[극중 철수/네이밍 센스가 최악이다]씨가 자신때문에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며
울부짖을 때도 그렇지만 정웅인씨가 시골로 내려와 화장을 하고 춤추며 심사받을 때
뒤에서 조용히 우는 모습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무척이나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다.[웃음]
정웅인씨의 연기 역시 극 중 인물을 잘 소화해 낸 듯 싶었다.
다만 까메오들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듯 싶다.
까메오로 출연해 웃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충격' 혹은 '놀람'외에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 그게 까메오의 진가일지도-[웃음]
사회에 이슈가 되는 문제를 너무 진지하고 무겁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뤘다는 점도
높게 사주고 싶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갔어도 그다지 아깝지 않은 그런 영화인 듯 싶다.
여기까지 읽어 준 분들께 적잖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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