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TV에서 납량특집으로 이순재, 장미희 씨가 주연으로 나왔던 동명 드라마를 아주 무섭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따와 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영화로써...
이 영화는 신경 경계 장애(?)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지수(김혜수 역)와 그녀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인 석원 (김태우 역) 과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전작 <로드무비>에서 동성애간의 치명적인 사랑을 강렬하게 보여줬었던 김인식 감독이 <얼굴없는 미녀>를 통해 메마르고 부서지기 쉬운 – 역시나 치명적인 - 얼굴없는 사랑을 선보였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에로틱 싸이코 멜로 드라마라고 해야하나???
즉, 이 작품 <얼굴없는 미녀>는 안타까운 사랑의 상처로 인해 자아를 잃어버린, 즉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보이는 여주인공 지수를 나타냄과 동시에, 진심 어린 사랑이 아닌 인스턴트 식 사랑으로 인해 점점 메말라 가는 이 시대 젊은 남녀들의 깨지기 쉬운 유약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딴에는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최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한 남자의 집착, 아니 멈출 수 없는 사랑을 통해 아름답지만은 치명적인 사랑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주 배경이 되는 지수의 집이나 석원의 병원 건물 등에서 보여주는 유리로 일관된 차가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샤프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도 눈길을 끄지만 그와 함께 비쥬얼한 영상이 어우러져 현실 같지 않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다… 특히 ‘또각 또각… 띵 띵 띵…’... 병원으로 들어서는 지수의 하이힐 소리와 피아노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는 마치 해서는 안될, 깨지고야 말 위험한 사랑의 위태로운 시작됨을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보다 더 나, 아니 모든 관객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김혜수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아닐까 싶다… 이미 어느 정도 섹시한 건강미로 세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덕분에 스크린 첫 노출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충격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몸매는 정말 예뻤다…
아, 성격 장애를 앓고 있는 지수역에 맞게 일반인이라면 소화할 수 없을 법한 의상과 소품을 걸치고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을 김혜수 본인의 것 그대로 사용했다고 하니 이번 작품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법하다… 연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지만 김태우는 그저 그랬다… 출연했던 모든 영화에서 이미 보여줬던, 늘 똑같은 어눌하면서도 톤 없는 말투… 아름다운 여자 이전에, 자기 환자에게 빠져드는 의사의 복잡한 심정변화를 표출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감독의 연출력을 탓해야 하나…
특히나 아쉬운 부분은 주제의식은 명확했으나 그것을 표현해 내기에는 너무나 어정쩡한 장르적 특성 탓에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큰 만족감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놀라운 영상미와 함께 김혜수의 열연(?)만으로도 충분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