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영화보다가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다가.. 처음 시작되면서 '감독 서세원' 이라는 글자가 뜨는 순간.. 조금 의심스러운 기분이 들더군요. 조폭마누라를 그런데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과연 이런 역사물을?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첫 장면부터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의 시선이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봐라.. 일제가 우리국민을 이렇게 죽였다. 라고 보여주고 싶은 거라고 쳐도..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일제의 탄압장면을 목도하는 시선이 아니라.. 마치 죽이고 있는 일본군을 누군가가 따라다니며 그 시체를 찍어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요즘은 시체나 부상장면도 참 많이 리얼해져서 진짜인지 아닌지 도저히 구분하기 힘들정도인데.... 이 영화에서는 저렇게 근접거리에서 맞으면 다 날아가지 않나..? 저렇게 피만 조금 날리가 없을텐데.. 따위가 생각나더군요. 잔인하고 피가 사실적으로 튀긴다고 해서 좋은 영화인건 아니니까.. 그런건 그냥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요.
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하나는... 영화의 장르가 원래 어느쪽으로 가고 싶은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온 국민이 안중근이라는 이름 석자에 큰 무게감을 느끼는 마당에.. 액션씬에다가 덧분인 일부 효과들이.. 매우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는 겁니다.
아마도 꽤 비중을 두고 싶었던 대사라 여겨지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안중근에게 당신이 찾는 조국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변절자가 묻고, 그에 안중근이 '내 가슴안에 있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분명 대사만 봐도 준엄하고 엄숙한 느낌을... 그리고 감동을 더해 줬어야 하는 장면인데... 관객들이 이 순간 모두들 큰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관객이 수준 미달이어서가 아니라,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말하느냐.. 앞 뒤에 내용이 어떻게 이어지냐에 따라 반응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죠.
두번째는 영화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 중에 책이 너무 싫어서 쳐다도 보기 싫었다는 사람빼고.. 안중근 위인전기 한번 못읽어본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영화는 초반에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다.'라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외에 무언가 그의 삶의 다른 일면을 조명해 나갈 것처럼 맨트를 띄웁니다.
그러나.. 군데군데 이해를 돕기위해 자막까지 빈번하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위인전에서 알던, 혹은 신문 기사에서 다루던 그의 일면 이외의 어떤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이토를 죽이기까지의 여정에 무엇을 했는가를 알게되는게 아니라.. 그로 인해 그의 어떤 일면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가 간수장에게까지 존경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라는 것도 이미 알던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은 그 존경을 받을만 하다는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서세원씨의 전작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영화를 잘못 만들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의 영역이 아닌 장르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처럼도 생각되더군요.
통일성 없는 외국어 사용부분도 신경이 쓰였지만.. 적절하지 못한 배경음악도 억지로 감동을 주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 혹평한 한것 같지만... 결론적으로 좀 시간이 아까운 영화였다고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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