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여름이면 찾아오는 여름방학을 겨냥한 에니메이션들... 예전에는 거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던 디즈니의 독주였지만... 이제는 폭스사와 드림웍스도 함께 이 여름 흥행전쟁에 가세했다.. 물론 폭스는 타이탄AE의 실패로 일찌감치 손을 떼었기에.. 이제는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대립양상으로 좁혀지기는 했다.. 뭐 따지고보면... 디즈니에니메이션을 거의 총괄하던 제프리카젠버그가 독립해 설립한 회사가 드림웍스이다 보니.. 그 기획력이나 작품의 면모가 매한가지라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자존심을 건 경쟁탓에 우리네는 여름이 되면(물론 간혹 겨울에도 있긴하다..) 두어편의 양질의 에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올여름에는 디즈니가 잃어버린 제국에 대한 환상과 모험을 다룬 '아틀란티스'를.. 드림웍스는 다소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좀더 현실적인 '슈렉'을 내놓았다.. 일반인에게는 이 슈렉이 먼저 공개되었고... 필자 또한 시사회장을 찾게 되었다..
슈렉... 출발부터 뭔가 남다르다.. 아니 차별화된다.. 일단 에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선남선녀의 주인공은 어디에도 없다... 남주인공은 사람들의 경계대상 1호인 거구의 초록색 괴물이다.. 여주인공인 피오나 공주마저도 전형적인 미인 축에는 들기 힘들다.. 그보다는 솔직함과 활달함을 겸비한 개성넘치는 미인쪽에 가깝다.. 게다가 대개 악역마저도 매력적이었던 일반적인 다른 작품에 비해.. 슈렉의 악역인 파콰드왕은 얼굴이 몸의 절반인 이등신의 숏다리다.. 그나마 이 작품에서 가장 출중한 외모를 자랑하는 것은 에디머피가 분한 당나귀뿐이다..(물론 그도 통통한 몸매에 짧은 다리를 가졌지만... 얼굴만큼은... ^^;;)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주인공들로 출발하는 슈렉은 그 내용마저도 기가 막히다.. 아니 모험과 사랑이 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내용은 전형적일지 모르나... 그를 풀어내는 과정은 아주 독특하다.. 그동안에 우리가 알고있었던 동화들은 절묘하게 이용되고 꼬집히며... 심지어는 잘 알려진 영화의 한 장면마저도 기가막히게 패러디된다.. 그렇기에 슈렉은 퍽 정감있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왕따나 당하기 쉽고... 허접한 조연을 맡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사건을 해결하고 일을 마무리짓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러한 상황이 닥치면 풀어나갈 법한.. 자연스러움으로 일들을 마무리짓는다.. 그렇다고 그들은 시끌벅적하게 영웅이 되거나 칭송되지도 않는다.. 그냥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뿐이다.. 그렇기에... 정이 가는 것이다.. 평범속에서 이뤄내는 비범함이라고나 할까.. 천대받던 구박댕이가 친구와 연인을 얻고... 평범한 사회속에 자연스레 녹아나오고..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동경에 마지않는 캐릭터가 아닌 누구나 쉽게 될 수 있는 범인들이 엮어내는 요란하거나 과장되지 않는 모험이 있기에.. 적절한 눈높이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래서도 어른들의 시선에 국한되어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소시적부터 동화책을 벗삼고... 영화를 많이 접하고.. 단어구사력과 어휘력이 높은 아이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해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화속 캐릭터들을 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동화들을 다 읽어야 할 것이며... 일일히 부연설명이 없기에 기본지식이 바탕에 깔려있어야만 한다.. 적어도 무엇을 패러디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그 장면을 이해하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된 어휘들이나 단어도 약간 수준이 높고.. 말도 빠르며.. 일종의 말장난도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받아들이기 나름이긴 하겠지만.. 다소 끔찍한 장면도 있고.. 악을 응징하기 위해서라지만.. 잔인한 장면도 등장한다.... ^^;; 그래도 일단 아이들은 에니메이션이라는 자체에 열광하는 면도 있기에.. 이 작품을 보여주라 말라 말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 작품 익히 알다시피.. 3D 에니메이션이다.. 작년에 개봉했던 디즈니의 다이노소어와 같은 맥락의 3D.. 거기에서 바람에 날리는 원숭이 털 한올까지 표현해낸 섬세함이 돋보였다면.. 그러니까 좀더 실사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3D였다면.. 이 작품은 아예 내용부터가.. 절묘한 패러디와 꼬집기의 현실적인 것처럼.. 정말 3D같아 보이게끔 노력한 작품이다.. 분명 3D인 것을 아는데.. 그것을 실사인 양.. 애써서 표현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티를 내어.. 좀더 광택있어 보이고.. 좀더 만화같아 보이는 등의 에니메이션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뭐 좀더 기교를 부렸다면 그들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표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얼굴이 고대로 나타나서 에니메이션을 보면서 실제인물들이 오버럅되면서 보이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였다..
물론 이 작품 에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틀은 깨지못했다.. 주인공과 함께 사건에 참여하는 동물캐릭터가 등장하고(또 그들은 수다스럽고 아주 유머러스하다).. 흥겨운 음악이 곁들여지고(나아가 뮤지컬같은 씬들도 포함한다).. 주인공은 사랑과 신뢰를 얻어내어 행복해진다는 당연한 결론이 있는... 그러나.. 일단 절묘한 동화꼬집기와 적절한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웃음을 선사하고.. 경외스러운 영화적 현실이 아닌 실생활에 좀더 다가온 내용을 지니고 있기에..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고싶다.. 일단 디즈니와의 에니메이션 전쟁에... 먼저 포문을 열었다하지만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