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탄핵 이야기, 이라크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 사람을 많이 죽였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나는 가끔씩 섬뜩한 생각을 한다.
훗날 아들놈이 커서 내게 '아버지는 그때, 뭘 하고 있었나? 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아, 지금 이렇게 바뀐 것 하나 없는 세상을 우리에게 물려주는가?'라고 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들놈에게 '어차피 나 하나가 외친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으니, 영화나 봤다.'고 대답 하기에는 너무 자신이 초라해진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사회운동가가 되지도 못한다. 지난날 치기에 깃발만 보면 자리에 일어나 쫓아가면서 외쳤던 그 외침은 이제는 공허한 추억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나서 세상을 이끌어갈만큼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달 카드 값 매꾸는 것에 걱정하고, 직장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으며, 아들놈과 딸년의 재롱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이미 패배를 학습해 버린, 자유로부터 완벽하게 도피해 버린 소시민일 뿐이다.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왜 하냐고? 바로 이런 부류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영화속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정말로, 그들은 멈추지 않았을까? 그래서 정의가 바로 섰을까?' 참 서글픈 이야기다.
다시 영화속으로. 이 영화를 보내는 내내 드는 생각이 이 영화가 영화 자체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정신 없기만한 화면 움직임들, 완벽하게 분리된 이분법적인 편집들, 빈약한 사변들, 극적인 긴장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는 점들. 아무튼 그 다루고 있는 내용이며, 다루는 방식이며 모두 씁쓸하게 한 영화다.
꿈일 뿐일지라도 제발 이런 영화가 더 이상 안만들어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나부터라도 잘 살아야지. 그래야 훗날 아들놈에게 '아들아, 이 아빠는 말이다 니가 살아가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살아왔단다'라고 떳떳하게 전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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