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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슬픈 인형의 사랑. 인형사
jabongdo 2004-07-31 오후 3:09:55 4867   [3]

<인형사> - 왜 굳이 60년 전으로 돌아가야만 했을까?

올해 등장한 공포 영화 중에 가장 독특한 소재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이다. 인간과 비슷한 구체 관절 인형을 등장시키면서 기존에 보여주었던 복수나 원한에 사무친 영혼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생명력이 없는 무생물, 더 나아가 어린 시절 우리 손에 가장 가까이 존재하며 함께 했던 인형에 영혼을 첨가한 것은 아무리 봐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다만 <인형사>로 첫 발을 딛은 정용기 감독은 각본에 대한 공부는 좀 더 해야할 듯 싶다. 훌륭한 소재를 이끌어 내기에 턱없이 허술한 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허탈한 웃음만을 자아내게 했다.

어느 외딴 미술관에 모인 5명의 사람들. 전체적으로 인물 구성은 <큐브>를 보는 것과 같다. 무엇인가에 이끌려 스스로 찾아 온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특징이나 성격들은 <큐브>의 그것과 닮아있다. <큐브>에선 '큐브'와 관련된 이들이 한곳에 모였다면, <인형사>는 같은 본적을 가진 이들이 한곳에 모인다. 또한 개개인의 성격에 맞게 극중에서 책임질 부분이 정해진다. 장난스러운 정기(임형준)나 모든 것을 의심하는 태승(심형탁) 등과 같이 개개인의 성격에 모두 차별을 두면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웃음이나 공포를 줄 때, 처음엔 이들의 개인적인 인물 성격에 의거해 진행된다.

미술관에 모인 5명의 사람들은 영하(옥지영)의 죽음으로 모두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점점 수상함을 느끼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가득하게 된다. 더욱이 이런 죽음과 맞물려 온갖 기괴한 인형들로 장식되어 있는 미술관의 내부는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잠깐 잠깐 스쳐 가는 인형들의 눈동자나 천장에 걸려있는 무시무시한 인형의 모습은 미술관에 모인 이들을 공포로 몰고 간다. 하지만 쉽사리 벗어나질 못하고 이들은 미술관에서 하나 하나 죽음을 맞이한다. 특히 인형으로 된 화장실 변기는 그들이 아닌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도 심한 놀람과 공포를 주었다.

<인형사>의 주요 골자는 생령있는 인형이다. 사랑에 버림받은 인형. 그 인형에 생령이 들어 그 사랑을 다시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든 인형이든 자신의 사랑을 버리지 않으려는 모습은 어찌도 이리 같을까 하는 생각에 더 쉽게 다가온다. 수상하고 이상한 미술관에서 일들은 점차적으로 진상을 드러낸다. 해미(김유미)의 눈에만 포착이 되는 미나(임은경)의 비밀, 그리고 5명이 미술관에 모인 이유들이 밝혀진다. <인형사>의 공포와 재미는 딱 여기서 정지한다. 이후 영화의 흐름은 아쉬움만 남긴 체 종점을 향해 간다.

미술관 관장(천호진)과 구체관절인형을 만드는 작가 재원(김보영) 그들이 가지고 있던 비밀을 드러냄에 있어서 너무 쉽게 알려준다. 더욱이 자신들이 꾸민 일을 스스로 말해주고 있다. 처음엔 미술관에 모인 5명이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듯 하더니(실재는 태승과 해미만이 비밀을 밝히려고 함), 그런 모습은 금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또한 이윽고 드러나는 지하실에 비밀. 그렇게 꼭꼭 숨겨두었던 그 지하실의 정체를 드러내는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인형사>는 영화 시작해서 5분이 중요하다. 그 5분이 영화의 전체를 담당하고 있다. 60년 전의 기억들과 사건들. 그 사건들이 <인형사>의 결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버린 인형, 내가 사랑했던 인형, 그 인형들이 다시 살아나 사랑을 되찾고 복수하려는 노력. 그 노력과 무관하게 흘러가는 이러한 구조는 <인형사>를 가장 아쉽게 만드는 요소이다. 해미와 미나의 관계로선 영화를 이끌어가기 부족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인식하고 있다. 미술관에 모인 5명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충실히 설명해 주고 있지만, 인형의 복수와는 무관한 모습이 <인형사>의 가치를 반감시키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거리로 참신하게 다가온 <인형사>. 왜 6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야만 했을까. 돌아갔다면 그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진 않았을까. 충실하지도 못한 60년 전 과거에 집착하여 영화를 그쪽으로 몰고 가버린 이상한 형태에 아쉬움을 표한다. 해미와 미나의 관계에서 보이는 인형의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형의 복수. 어느 하나에 치중했다면 공포와 이야기 좀 더 완성도가 높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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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사(2004)
제작사 : 필마픽쳐스 / 배급사 : 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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