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홀로 관람-
오늘 극장 첫프로로 보게 됐다. 근데 나 혼자만 영화를 보게 됐다. 극장에서 나 혼자 공포영화를? 영화 상영되기 전에 왠지 내 뒤에 귀신이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고 스크린 아래 있는 쓰레기 통에 귀신이 튀어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 상영 전 나온 분신사바 예고편은 전에는 전혀 공포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공포감이 느껴졌다. 이런 분위기 탓이였는지, 내가 시사회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을 보고 기대를 낮춰서인지, 아니면 영화가 진짜 무서워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무섭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별로였고, 남에게 추천하겠냐 안 하겠냐하면 추천하지 않을 거다.
(영화의 원활한 비평을 위해 '거울 속으로'와 비교를 좀 하겠다.)
<스토리> 인형사 vs 거울 속으로
'인형사'와 '거울 속으로'의 기본 스토리는 둘 다 마찬가지다. 한심하다. '거울 속으로'의 형사가 등장해 귀신에 얽힌 살인의 비밀을 풀고 원한을 풀어준다는 스토리와 범인의 정체에 대한 흔한 반전, '인형사'의 사람들이 이상한 집에 비밀을 간직한 주인으로부터 초대받아 귀신에 의해 하나씩 죽어가고 비밀이 밝혀지고 한다는 이야기. 보통 삼류공포소설에 흔한 쉽고 뻔한 스토리다. 그나마 '거울 속으로'가 스토리 전개가 딱딱하고 이야기가 단선적인데 비해 인형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 스토리는 '인형사'가 '거울 속으로'보단 더 낫다.
그런데도 나는 '거울 속으로'는 잘만든 공포영화, '인형사'보다 잘 만들지 못한 공포영화라 말한다. 왜?
<소재에 대한 표현>
'거울 속으로'의 스토리가 뻔함에도 불구하고 '거울 속으로'를 잘 만들었다고 하는 이유는 이영화가 거울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거울에 의해 사람이 죽는 부분은 그 발상이 참신하며 영화는 중간중간 거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꾸준히 넣고 거울의 특징인 좌우대칭을 연출에 과잉이다 할 정도로 적극 활용하면서 거울이라는 소재와 거울 속 세계와 현세계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계속 인식시킨다. 막판 반전은 거울 속 세계와 현세계의 분리에 대한 이 영화의 얘기에 쐐기를 박는다.
그런데 '인형사'는 '거울 속으로'처럼 '인형'이라는 소재(사실 '인형사'의 인형은 '거울 속으로'의 거울과 달리 그리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사탄의 인형'가 같은 영화가 이미 있지 않은가?) 잘 표현해내고 인지시키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인형은 삼류소설 수준의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인형에 대한 참신한 설정이 없음은 물론이고 인형과 인간의 애정에 관한 그런 질문은 뻔해보인다. '거울 속으로'가 거울이라는 소재를 인지시키기 위해 보여준 여러가지 노력을 '인형사'에서는 별로 볼 수 없다.
<연기>
1. 김유미: 초중반 동안의 연기는 그런대로의 호연일 뿐이었지만 후반엔 칭찬해줄만한 공포감연기를 보여준다.
2. 천호진: 초반에 미스테리한 캐릭 연기가 조금은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감정선이 분명해지는 중반부터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좀 좋아하는데 영화에서 그의 색다른, 초반의 세련되보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3. 임은경: 연기력에서 가장 의심스러웠던 배우였으나 열심히 연기해줘서 만족할만큼의 호연을 보여줬다.
4. 그 외의 배우: 그런대로의 호연을 했다.
<미술과 조명>
미술은 잘 했다. 공포감이 느껴지도록 음습하게 잘 꾸몄다. 근데 조명이 문제다. 밝은 빛으로만 일관하는 조명은 미술이 이끌어내는 공포감을 뒷받침해주기는 커녕 현저히 떨어뜨린다.
작품성: ★★☆ (만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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