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난데없는 신라... 그것두 달밤... 비천무에 이은 역사적 배경을 담은 시대물인가 했다.. 하지만 영화는 '아~~~아'로 시작하는 옛노래 신라의달밤이라는 가요만큼이나 의외성을 띠고 있었다... 고풍스럽고 중후한 제목과는 달리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고색창연하게 등장하는 코메디라고나 할까... '주유소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을 때 적잖게 눈치채기는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이상으로 훨씬 재미있었다...
의례히 고등학생이 되면 가게되는 수학여행... 대개 서울의 학생들은 옛 삼국시대, 그것도 신라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주로 가게된다.. (뭐 지방의 학생들은 서울의 63빌딩으로 오기도 한다지만.. ^^::) 강산고 학생들도 예외는 아닌지라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됐고.. 또 이역시 의례적으로 있음직한 남학생들 사이의 행사인 토박이학생들과의 일대 대혈전이 벌어졌으니... 이날밤은 후에도 두고두고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되고... 평소 문제아였던 기동과... 평소 전교1등의 모범생이었던 영준의 운명도 뒤바꿔놓게 된다... 세월이 흘러.. 또다시 경주에서 재회하게 된 두 친구 기동과 영준... 그들의 모습은 어릴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데... 그 문제아 기동은 여전히 그 끼는 남아있지만..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되어있고.. 그 얌전하고 소심하던 모범생 영준은 내노라하는 조직의 중간보스로 탈바꿈하여 있었는데.. 이 둘 사이에... 미모의 라면집 여주인 주란이 끼게되면서... 이야기는 비로서 시작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내용은 없다... 고등학교 동창인(비록 그 시절에는 친하지 않았다지만...) 두친구가 등장하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 달라진 모습으로 재회한 뒤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을 뿐이다.. 심각한 사회비판의식도 없고... 그렇다고 가슴찡한 감동두 없고... 그들의 모습에 비추어 내 자신을 투영해보는 자숙의 시간도 없다.. 그냥 단순하게 전개되는 나열식의 이야기와 인물들을 바라보기만 할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표정하나와 몸짓하나와 단순한 말투에도 자지러지는 웃음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소위 연기잘한다는 배우인 이성재와 김혜수에... 이들의 코믹함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는 감독 김상진이 있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리베라메' 이후로 연기가 한층 성장한 차승원이다... 처음에 그가 데뷔할 때만 해도.. 그는 몸매 잘빠지고 근육좋고 잘생긴 모델 출신의 장식품용 배우였다.. 그러나 여러 편의 작품을 거치면서... 그는 소위 말하는 눈빛연기가 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과 더불어.. 자유자재로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릴 줄 아는 배우가 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더욱 재미있었다.. 그의 눈가의 근육이 부르르 떨리는 연기에 더불어.. 어릴적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연쇄방화범의 강렬한 눈빛을 코믹하게 탈바꿈해낸 능력이 있었기에 영화가 빛을 발했다.. 지금도 가장 생각나는 장면은... "야~아... 나 최기동이야..... 최기동이라니까" 하고 말하던 모습이다.. 휘둥그레해진 눈에... 어이없어 하는 살아있는 표정이 담겨있던 그 장면... 어릴적 시절의 이야기를 싸움 한 장면에 국한 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의 그가 어땠는지를 다 담고있는 이 장면때문일지도 모른다... 더이상의 부연설명은 필요없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이 영화는 경주를 배경으로 했지만 그 옛스런 정취는 하나도 담겨있지 않는 의외성과 더불어... 김상진 감독 특유의 코믹함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 이외에도... 치승원의 영화로 기억될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럼 오랫만에 유쾌하게 웃고 온 보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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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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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밤(2001, Kick the Moon)
제작사 : 좋은영화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