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감독 영화 처음 봤는데.. 사실 난 그의 영화가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그냥 모르겠다. 너무 밋밋하고 굴곡없어 보여 그런 것 같다. 여자친구랑 비됴방에 갈 때나 쓰일 법한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ㅍㅍ -_-;;
그러던 차에, 친구가 (순전히, 성현아 볼 요량으로)빌려온 <남자는...>. 마침 동네에 케이블 공사로 TV도 안나오고 심심해서 보았다. 보고나서 첫마디는 본문 첫 줄이다.
러닝타임 87분. 쉬리 이전까지 대세를 이루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간.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싸이코들이 잡담하는 것 같다. -.-;; 영화감독과 교수라는 양반이.. 약간씩 늘어지고.. 그러다 회상장면에서 빨라지는 느낌. 영화의 강약조절은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
헌준은 선화에게 첫남자. 아는 오빠에게 선화가 강간 당한후 자신을 통해야 깨끗해질 수 있다며 관계를 갖는다. 문X명이냐? -.-;; 그러나 부담이 됐을까? 이내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린다. 문호는 평소 흠모하던 선화 곁에 헌준이 사라진 후 작업. 두번째 남자가 된다. 그러나 그 역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7년의 세월이 흐른다.
문득 남자들은 이 영화를 보며 심기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를 포함해서) 여자들이 흔히 말하는 "남자는 다 똑같아!" 그걸 너무나 자연스레 알려주고 있다. 그냥 우습기도 하다. 그녀가 순결하지 않다 하여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난 달라.' 라고 스스로 생각하던 남자들도.. '나도 저럴지 몰라.' 가 된다.
7년만에 만난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곳은 중식집. 번갈아 화장실을 다녀오는 중에 역시 번갈아 여종업원에게 작업이 들어간다. 창 밖엔 누군가를 기다리는 묘령의 여자가 서있고... 바라보는 두 남자의 시선이 보이진 않았으나 느낌상 어떤 생각을 하는중이구나. 하는 짐작은 됐다. 그리고 그들이 알게 모르게 공유하고 있는 한 여자와의 과거를 회상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던중 충동적으로 선화를 찾아 나서며 영화는 후반으로 들어선다.
어떤이의 평에서 꽤 수긍이 갔던 부분. "남자에게 있어 정복한 여자는 과거이고, 정복할 대상(여자)은 미래다. 남자는 과거에 얽매이려 하지 않고 미래에 집착한다." 언뜻 맞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도 그리 지었구나 란 생각도 든다.
결국, 헌준과 문호는 선화가 과거일 뿐이지 미래는 아니다 라는 판단을 한 듯 하다. 그렇다면 남자에게 미래가 되어야만 여자로 보인다는 말인가? 과거가 되면 그저 과거로만 남아있어야 하나? 현재는? 짜증이 난다.
뒷간에서 중간에 끊은 듯 끝나버린 황당함에 "뭐야? 이 영화 뭐 이래?" -_-;;; 하고 말았지만, 이후 오래도록 찝찝함을 곱씹어보는 영화로 남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남자는 여자가 미래일 때에만 작업의욕이 생기나? 과거의 남자(문호)에게 서비스하는 선화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_-;; 잠 안자고 다 들었다며 돌아서 버리는 헌준.. 선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들은 과연 사랑을 했을까? 그게 사랑이냐?
p.s> 아.. 이 영화..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괜찮은 영화입니다. 연인과 보면 더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