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의 영화는 TV에서 보았던 <간첩 리철진>이 유일했다. 감독으로 보다는 각본을 맡았던 <묻지마 패밀리>나 <동감>이 기억에 남는다.
이나영이 출연했던 영화는 아직 한편도 안보았다. 이나영의 경우는 고소영이나 김희선 등과 비슷한 이유인데, 드라마나 CF라면 몰라도 왠지 영화에선 그다지 매력을 못느끼는 배우이다.
정재영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로 상당한 호감을 주었던 배우이다. 그 이후 <묻지마 패밀리>에서도 코믹하면서도 독특한 그만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었다.
여자한테 몇번이나 채여 한번도 사랑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다며 좌절하는 남자. (슬램덩크에서의 강백호를 떠올리면 딱이다. 성격도 비슷한 것 같다.) 동네에서 우연히 알게되어 그 남자를 10년이나 짝사랑하는 여자.
남자는 이유없이 자주 코피를 쏟고, 아니나 다를까 3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는다. 우연히 도둑에게 인정을 베풀었다 집에도 못들어가 그녀와 본의아닌 동거를 하게되고 여자는 갑자기 쓰러진 남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며 의사한테 중요한 무언가를 듣게 되는데...
내용이 너무 뻔하다. 뿐만 아니라 중반까지 흔들어대는 카메라, 등장인물 설정, 구성까지... 무엇 하나 특별하다거나 신선함은 없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바로 뒤이어질 내용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엠비씨 드라마처럼... -_-;;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멜로 - 드라마 - 코믹 - 공포 까지 쟝르를 넘나들기도 하고, 허를 찌르는 대사와 전개는 관객들을 내내 웃음 속으로 이끌었다. 어설퍼 보이는 정재영과 이나영의 연기는 영화에서 오히려 풋풋함을 느끼게 하고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뻔한 내용임에도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특히, 정재영은 이전까지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는 여자에서 그의 코믹스러움은 한층 더 빛을 발한다. (특유의 말투와 표정이 끌린다.) CF에서의 모습만 기억되는 이나영은 가식적이지 않아 좋았다. 예쁘게 생긴 여자가 예쁜 척하지 않을 때 더 예뻐 보이는 법이다.
장진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영화는 지속적으로 "사랑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아주 소박한(?) 답변을 해준다. 집단 강도들이.. 생계형 좀도둑이.. 팀의 코치에 이르기까지...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테니 어쩔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답변들은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그것이 조금 허전하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것이 아니어서 영화의 양념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무리없이 소화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말미에 순간적인 공포물로 바뀌며 사랑의 실체에 대해 들려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로...
기억에 남는 장면... (스포일러 조금 있음)
옛애인 앞에서 아는 여자라 소개한 동치성. 조금 실망스런 표정의 그녀.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묻는다. "아는 여자 많아요?" .......... 침묵후에.."없어요. 그쪽이 처음이예요." 환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혼잣말처럼 "기분 좋다." 일반적인 여자였다면... 묻지도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같이 영화 볼 마음도 사라졌을텐데...
자살을 시도하는 여인. "사랑은 살아있을 때에만 사랑인거예요."
끝으로, 마지막에 동치성이 그녀의 이름을 물었을 때.. 나도 깜짝 놀랐다. 그녀의 이름을 한시간 넘게 몰랐는데.. 하나도 안 궁금했었으니... 사랑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작품성 ★★★ 흥행성 ★★★☆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흥행성 별점을 넷에서 셋반으로 수정함.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을만큼 재미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나영과 정재영, 장진의 흥행성이 그다지 폭발적이진 않을 것 같고.. 영화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 거슬린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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