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 금요일 오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냈다.
혼자서 영화를 본다는 것!!
꼭 누군가가 있어야만 영화를 보는 줄로 알았는데, 혼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기대이상으로 엄청나게 즐겁고, 유쾌한 일이었다.
억척스러운 목욕관리사(!) 아줌마 조연순, 생활력 강한 순수한 소녀 조연순.
문득 늙는다는 것이 슬퍼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변해가는 것에 대해 슬퍼져서 목욕탕에서 욕을 하는 조연순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어째서 순수라는 것은 그렇게 지속할 능력이 없을까?
쉽게 잃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때 참 순수했구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토록 순수를 동경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세상 속에서 세월이 가면 없어져 버린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쩌면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아니 어쩌면 순수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꾸밈없는 20대의 조연순의 웃음은 아직까지 가슴 속에 살아서 나를 미소짓게 했고,
아줌마가 된 조연순의 속에도 그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지니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아름답게 사랑같은 걸 해보기나 했을까?
가끔 생각했었는데...
나의 엄마도 조연순의 가슴같은 가슴을 지닌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전혀 다른 성격의 1인2역을 훌륭하게 해 낸 전도연을 보면서 정말 배우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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