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 일을 하며 항상 야구선수 '동치수'의 주위를 맴도는 그녀 '한이연'.
그녀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그의 일상 속 곳곳에 깃든다.
어린시절부터 치수를 짝사랑해온 이연은 그가 자주가는 바에 취직하고, 그의 집을 지날때 들리는 음악을 기억
하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적어 라디오에 보내기도 한다.
어느날 치수는 말기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연이 일하는 바에서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는다. 이연은 치수를
여관까지 데려다 놓는다. 잠에서 깬 치수는 그제서야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던 이연의 존재를 깨닫는다.
치수는 그동안 '야구' 하나만 보고 살아온 남자다. 그에겐 첫사랑이 없으며, 주사가 없고, 또한 내일도 없다.
두달 후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자 그는 이연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다가 도둑이 그의 집에 두고간
물건으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게되고, 그것을 피해 이연의 집에 살게 되면서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어쩌면 영영 깨닫지 못할 이연의 마음을 그는 곧 죽는다는 생각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알게되고 그 또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경기에서 이연의 엉뚱한 얘기처럼 잡은 공을 객석으로 던져버린다.
그래서 구단에서 쫓겨나지만 말기암이라는 진단은 오진인 것이 밝혀진다. 이렇듯 영화의 후반부에서 갑자기
뒤엎어진 상황에서 그는 아직 이연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다가, 사랑에 빠져 결국 자살까지 하게 되는
여자를 통해서 이연에 대한 사랑을 더 확실히 느끼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어쩌면 죽을때까지 제대로 사랑을 해보지 못했을지 모르는, 이연을 그저 '아는 여자'로만 느꼈을지 모르는 그가
죽음이라는 인식과 '이연'을 통해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감독은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보여주려고 한 것도 같다. 여러 인물들에게 사랑의
정의를 묻는 치수에게 각 인물들이 한 말들은 전부 다르지만, 결국엔 같아 보인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냥 사랑하는 것" 이란 대사에서 처럼 치수는 '아는여자'인 이연을 통해서 '그냥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의 상상과 옛 기억이 뒤섞이고, 현실과 환상이 섞여있는 듯한 이 영화는 독특하면서도 풋풋한 재미를 준다.
거기에 이나영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정재영의 익살맞은 연기라는 양념을 더해서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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