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난해한 영화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서 아주 소중한 영화다. 너무도.
이 영화를 바르게 이해 하려면, 서구 사회에 미친 기독교식 인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 요지는 이렇다. 인간은 창조 이후 에덴에서 쫓겨나면서부터 타락했으며, 끝임없이 괴로운 인생을 살고, 구세주의 구속 희생 없이는 구원을 받아서 행복해 질 수도 없으며, 나쁜 짓을 하고 살면 나중에 지옥에 가서 평생 괴롭게 지낼 것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패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 이것이 인간이다. -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원죄의식이라고 하기도 한다 - 이 엄청난 피해의식은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서구 사회의 중요한 흐름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서구의 흐름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동양인들도 이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하지만, 이 피해의식은 좋은 반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 참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보다 착하게 살아야하며, 서로 도와주며 살아야하고, 자기를 희생하면서 살아야한다'고. 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따갑도록 들었던 그 이야기다. 내가 우리 아들놈에게 끊임 없이 이야기는 하는 것이기도 하고 '유치원가면 친구 때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
이 영화는 이런 기독교식 인간에 대한 반성의 영화다. - 핵심은 이것이다. 이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았을때의 그 충격이란 말 할 수 없는 큰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왜 이 지루하고 난해한 영화에 그리도 극찬을 할까라고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극찬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당시까지 살아왔던 내 기독교식 인간상에 대한 반성을 좀더 빨리 하게 해준 영화이기 때문에 극찬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데체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어릴때부터 부모에게 강요당해온 신과 인간과의 관계는 이렇게 팍팍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길 바란다. 분명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 것이다.
'사람은 신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야, 왜 내가 천사가 되려고 했는지, 그저 사람답게 살면 될 것을' 이라는 참 평범한 사실은 꽤 긴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해준 영화가 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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