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하일라이트를 그림으로 맛깔스럽게 정리하며, 속편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이 영화는, 대중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 주야로 동분서주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속에
선 여유를 즐기지도 못하는 데다, 막막한 생활고까지 겪는 영웅의 고충을 피부깊이
와닿게 한다. `데어데블`처럼, 범죄자들의 자금을 압수하여 생활비로 쓰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 이나 엄청난 유산으로 사교계를 드나들며 귀족적인 생활을 즐기는 `
배트맨`의 주인공과 달리, 경제적 어려움에, 학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서민층의 삶을 대변하는 진솔한 청년 `피터 파커`이야말로 가식 없는 현실감 있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누구나 영웅의 삶을 동경하겠지만, 그 내면에 감춰진 고뇌와
번민을 안다면, 아무나 선택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편에 이어 훨씬 강력해진 적수 닥터 옥토퍼스가 주인공의 주변인물을 위협하는 장
면은 마치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박감을 주며, 내우외환 처럼
생활고, 사랑의 갈등과 친구의 원망어린 시선 이란 힘겨운 장애물이 결국 초능력을
감퇴시켜, 수차례 공중에서 땅으로 곤두박질 치게 만드는 장면들은 주인공을 더욱
애처롭게 만든다..힘겨운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주인공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은 메이 숙모와 어린아이의 말한마디는 오늘날 퇴색해져 가는 삶의 일상에 지쳐가
는 사람들에게 삶엔 그 나름의 의미가 반드시 존재하므로, 절대 믿음을 잃어선 안됨
을 전하는 것 같다..미국 개봉첫날 북미지역 박스 오피스를 석권하며, 흥행신기록
에 탄력이 붙게 가능한 이 영화의 미덕은, 블럭버스터 와 완벽한 드라마의 하모니
가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전편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완벽하게 뛰어넘은 속편이란
최고의 찬사를 비평가들로부터 이끌어 낸 이 작품은 부피만 늘이느라 알맹이가
비어버린 여타 블럭버스터 속편들과 차원이 다른 탁월한 면을 보인다..
미국 대중들에겐 또하나의 원조적인 영웅으로 각인되어 온 `슈퍼맨`의 컨셉을 연상
시키는 장면이나 내용이 생각나는데, 우선 전작 `스파이더맨`에서 신문사 사진기자
출신이나 추락하는 여주인공을 멋지게 구해내며, 대중들에게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
는 영웅모습이나, 이 영화에서 처럼, 사랑 앞에서 결국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
낸다는 점이 유사해 보인다..그리고, `이벌데드` 란 저예산 공포영화를 시작으로
`블러드 심플`.`다크맨`을 선보이며 실험주의 작가로 입성하는 드문 경우를 보여준
감독 `샘 레이미`의 재기발랄한 연출, 그가 아니고 서는 불가능한 피터 파커의 삶
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씨비스킷` 촬영후 허리부상으로
제작중단 위기까지 갈 뻔함), 9.11 테러 공격을 받았지만, 주인공처럼, 열심히 살아
가는 대중들이 있기에 정감있게 보이는 뉴욕의 모습등이 돋보인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이라면, 닥터 옥토퍼스에 의해 폭주하는 지하철을 세우기 위
해 혼신의 힘을 쏟은 주인공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승객들의 모습을 꼽
고 싶다..(그 장면 생각하면 아직도 감동의 전율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영
웅의 숭고한 투쟁을 대중들이 알아주는 그 장면..
초조하게 숨바꼭질 하듯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다녀야 했던 주인공이 모든 걸 드러
내버릴때, 마음이 탁 트이는 듯한 속시원함을 느꼈던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극을 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볼수 있었는데, 감독의 데뷔작 `이벌데드`에서 체인톱
과 샷건으로 악령들을 아작내던, `샘 레이미` 감독의 죽마고우 `브루스 캠벨`이
극장 관리인으로 나와서, 주인공의 공연입장을 거절하는 장면을 연기한다.
(`스파이더맨1`에서는 레슬링장 사회를 보는 사람으로 나와서 주인공에게`휴먼 스파
이더` 대신 `스파이더맨` 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닥터 옥토퍼스가 병동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에서 그의 공포영화에 대한
연출력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며, `주온`을 리메이크 할때 다시 빛을 발할거란
예상이 든다.
전작을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능가하는 드문 전례를 남긴 이 영화의 진가를 다시
평가하러 조만간에 극장문을 찾아야 할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