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조차도 무시하고 뉴욕 도심을 누비고 다니는 피터 파커의 모습은 단순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야 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전편에 비해서 보다 더 늘어난 시각적 효과보다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구조가 아닐런지? 그 드라마 구조가 안고 있는 한 인물의 고뇌와 갈등은 끊임없이 성장을 해야만 하는 청년의 성인식이다. 피터 파커가 전편에서 우연에 의해서 스파이더 맨이 되었다면 이제 이 영화에서는 그 단계-우연을 운명으로-를 넘어서야만 하는 “평범한 영웅”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 구조는 영웅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분명 한 것은 빌딩을 누비고 그 빌딩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는 저 위의 자신과 저 아래 길가에서 앞이 잘 안보여서 더듬거리면서 걸어가는 저 아래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면을 쓰기 전 나와 쓴 후의 나, 안경을 쓰기 전 나와 쓰고 나서의 “나”가 달라지는 것처럼 의복과 의상이 “나”를 완전히 다른 인물로 만들어 놓는다.
과도기 단계에서 선택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인가? 피터가 성장해 나가면서 부딪치는 것은 사회이다. 자신을 길러준 삼촌의 부재와 이제는 노쇠해진 숙모를 지켜야 하는 부담감 그리고 자신 앞에 다가온 사랑. 더 심각한 것은 가면을 쓰고 스파이더 맨으로의 자신은 세상에 자리 잡았으나 정작 피터파커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똑똑 하지만 게으른 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엠제이에게는 감정이 메마른 아니 더 심각하게 한 사랑을 줄지도 받을지도 모르는 남자라고 오해를 산다. 늘 집세를 독촉하는 주인을 피해서 그는 자신의 단칸방에 숨어야 한다. 그가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것은 가면을 쓴 스파이더 맨일 뿐이었다.
하지만 가면은 자신을 숨기기만 할뿐 또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만들어낼 뿐이었기에 피터파커는 딜레마에 빠진다. 사회가 갈망하는 영웅과 자신안의 영웅사이에서 갈등한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저 영웅의 특별함이 아니라 영웅마저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다. 길가를 돌아다녀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인물이 어떻게 사람을 구하고 빌딩 숲을 날아다닐 수 있으며 열차마저도 세울 수 있는 저 거대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 믿을 수 없는 평범한 영웅이 곧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정체성”과 “정의”에 대한 것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과도기에 직면한 한 인간은 개인과 사회사이에서 갈등하는 데 결국 그가 선택하는 것은 “정의”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를 지키고 세상을 돌본다는 의무감인 것이다. 세상이 부여한 특별함에는 항상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다분히 윤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편보다도 더 탄탄해진 드라마 구조는 여기서 끊임없는 갈등-여기서는 인물간의 일대일 갈등이 산재해 있다-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각효과에 빠져들기도 더 쉽다. 이 드라마 구조는 악은 성장하되 정의는 정체해있다는 것이다. 슈퍼맨의 저 유명한 장면을 인용해서 악이 선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성장하는 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의도 성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피터가 딜레마에 빠진 사이 옥타비우스 박사는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결국 결말에 가서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 시키려고 한다. 반면 시종일관 자신과 스파이더 맨 사이에서 방황하는 저 주인공의 모습은 정체된, 정지된 정의와 선의 모습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은 항상 여러 길로 나뉘어 진다. 만약 두 갈래 길어서 선택을 해야 된다면 그 길은 어느 길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은 타인의 길이 아닌 자신의 길이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순간 후회없는 길이 열리고 보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