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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배심원 (Runaway Jury)
전 미국 소설가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쥬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를 공룡 열풍으로 몰고갔던 마이클 클라이튼, '아웃 브레이크' '코마' 등으로 의학적 지식과 추리의 스 릴을 너무나 적절하게 퓨전 시킨 로빈 쿡,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등의 첩보 물의 대가 톰 크랜시,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등을 비롯해 신비 소설의 최강자 스 티븐 킹,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K.롤링, 그 외에도 시드니 샐던 등등 생각도 하지 못한 엄청난 스토리로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소설가로는 몰랐지만 원작이 영화 화 되면서 너무나 좋아하게 된 필립 K.딕 이란 작가도 있군요. 이 사람의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책' '브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를 보면 이 스토리가 모두 한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온건가 의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런 대박 소설 작가들의 소설은 영화로도 대단한 파워를 보여주지만, 원래 소설은 더 재미있다는 특징이 있죠.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먼저 알게 된 작가는 '펠리컨 브 리프'의 존 그리삼입니다. 이미 '펠리컨 브리프'외에도, '의뢰인' '타임 투 킬' '야 망의 함정(The Firm)' '레인 메이커' '파트너' '가스실' 등등 정말 많은 명작을 쏟아 냈고, 또 그 명작들이 대부분 영화화 됐습니다. 그럴만하죠. 제가 영화 제작자더라도 흥행이 보장되는 존 그리삼의 소설은 영화화 했을 겁니다.
'사라진 배심원'은 그 존 그리삼의 소설 중에서도 제가 가장 기대했던 영화입니다. 임포스터, 돈 세이 워드, 키스 더 걸, 덴버 등의 영화로 제 기억에 최고의 감독중 한 명으로 남아있는 게리 플레더가 연출을 맡았기에 그 기대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전부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었거든요. : )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가 또 대박입니다. 진 해크만과 더스틴 호프만의 대결만으 로도 상당한 대박급인데, 꽤 좋은 배우인 존 쿠삭과 미이라 시리즈로 뜨는 레이첼 와 이즈까지 케스팅이 된거죠. 마치 히딩크가 축구 팀을 맡아서 기대가 되는 마당에 호 나우도, 지단, 앙리, 라울, 베컴 등이 팀원으로 들어온 것 같은 효과죠.
완벽한 원작에, 실력있는 감독,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까지... 퍼펙트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흥행은 그냥 그랬습니다. 1위도 한번 못 올라보고 10위권 안에 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죠. 이 정도의 기대작이 순위에도 제대로 못 올랐다는 사실에 상당히 불안해지더군요. 영화의 퀄러티가 너무 떨어지는건가, 아니면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나, 배우들이 삽질을 한건가?
그러나~ 벗뜨!
직접 관람한 결과 영화는 너무 좋았습니다. 감독도 기대 이상의 연출 능력을 보여 주었고, 배우들도 끝내주는 호연이었습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서 얼마나 원작을 충실 하게 잘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최고였습니다. 정말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이 흥미 진진하게 흘러가더군요.
소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략 반전은 예상은 됐습니다만, 그것과는 별도로 배 우들의 카리스마가 정말 넘쳤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절대 강자 진 핵크만, 지킬 것은 지킨다는 박카스 호프만, 배심원들을 구워 삶는 존 쿠삭, 그리고 미이라에 서와는 전혀 다른 진지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의 레이첼 와이즈(얼굴도 좀 더 나아진것 같다) 등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존 쿠삭은 항상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비해, 블록 버스터 급 영화 출연이 너 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가 대박을 내줬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습니다.
존 그리삼의 법정 소설들은 치밀한 법정 공방이 재미있습니다. 사건의 발단도 항상 참신하지만, 이기기 힘든 상대를 결국에는 무너뜨리고 마는 재미가 있습니다. 의뢰인 같은 소설에서는 너무나 약한 주인공(할머니 변호사, 아이 의뢰인)들이 실상 불가능 에 가까운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약간 다릅니다. 주인공들이 재판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공 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가 하면 그건 아니죠. 밀고 당기는 긴박감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배심원들의 분석을 위해서 동원되는 첨단 기기들은 마치 최신의 액션 첩보 영 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엄청난 금액이 걸린 재판에 승리하기 위해서 양쪽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감독의 연출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시나리오도 완벽합니다. 대체 왜 실패 했을까요? 아마도 사람들이 복잡하고 신경써야 되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고보면 존 그리삼의 소설의 흥행력에 비해, 영화들은 아주 대단한 흥행을 기록한 적이 거의 없군요. 저는 이 영화의 실패를 쟝르적 특징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외에 다른 실패 요인을 찾을 수가 없거든요.
제가 본 또 다른 재미있는 법정 영화 '어 퓨 굿맨' 이나 '신의 법정'하고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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