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렉이 돌아왔다. 디즈니의 대부인 제프리 카첸버그가 자신이 만든 디즈니 왕국을 조롱하면서 기존의 귀엽고 예쁜 애니메이션의 공식을 무참히 깨뜨리는 짜릿함을 선사 했던 바로 그 쉬렉이 돌아왔다.
당연히 피오나 공주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 것이라는 동화공식을 다시 한번 뒤집으면서 훨씬 더 강력하고 에너지 넘치는 폭소와 풍자를 지닌채로 말이다.
동화처럼 꿈같은 신혼생활도 잠시, 장인 장모인 헤롤드왕과 왕비를 뵈러 가야하는 쉬렉에게는 어느새 동화는 사라지고 결혼의 현실이 다가온다. (세상 천지 어떤 동화속 주인공이 공주와 결혼하고 나서 처가댁 식구들과 부대끼는 모습을 보여준단 말인가)
'겁나먼 왕국 - Far far Away' (번역자는 분명 '졸라먼 왕국' 이라고 하고 싶었겠지) 은 일반인들에게는 동화속 세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헐리우드' 를 노골적으로 상징한다. 로데오거리를 패러디한 로메오거리의 풍경과 명품점 간판을 교묘하게 이용한 (베르사체리, 알마니알마니, 베스킨로빈훗, 빠벅스, 버거프린스 등등) 것이나 왕자 만나 팔자 고친 여자들 (신데렐라네 대문이 보임)의 집들을 통해 그 곳이 심리적으로도 얼마나 Far Far 한 곳인지 보여준다.
처가에 와보고서야 피오나공주의 출신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녀가 어릴적부터 백마탄 왕자님을 그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골늪지대 출신 쉬렉은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의 멋진 쉬렉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피오나를 위해 멋진 남자로 태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비록 마법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1편이 따돌림 받는 괴물의 '자아발견 및 자아사랑 실천기'였다면 쉬렉2 는 이렇게 자기 희생을 통해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난하고 못생겼지만 현재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 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진리로 귀착한다.
이렇게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쉬렉2 에 전세계가 이토록 열광 (현재 쉬렉2는 벌써 4억불에 도달했다) 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전편 보다 훨씬 재미있고 활기넘치는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옛날 동화속에서도 괴물처치분야 업계 1위인 '장화신은 고양이'의 등장은 극장을 시종일관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쉬렉2를 흥행제왕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이 '장화신은 고양이'의 변화무쌍한 눈빛은 '마스크 오브 조로'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느끼한 억양과 멋진 앙상블을 이루어 내내 잊혀 지지않는 캐릭터로 뇌리에 박힌다.
반지의 제왕, 지상에서 영원으로, 스파이더맨등 수없이 많은 영화를 패러디한 것 외 에도 쉬렉일행이 체포되는 장면을 TV 수사물로 패러디 한 것이나 피노키오가 미션임파서블 버전으로 쉬렉을 구출하는 장면에 이르면 폭소가 누적된 관객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해 꺽꺽 숨 넘어가는 소리로 극장이 가득해진다. (진풍경이다) 게다가 쉬렉이 성안에 진입하는 액션씬에서 요정대모가 열창하는 'Holding out for
a hero' 와 엔딩씬의 동키와 고양이가 부르는 리키마틴의 'Living La Vida Loca'
가 흐르면 그 즐거움은 극에 달한다. (영화가 끝나고 정말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말 진풍경이다)
이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숨은그림찾기 처럼 곳곳에 찔러져 있는 재밌는 이야기 (예를 들어 술집 마담의 목소리를 래리킹이 하게 된 이유나 피오나 공주방에 왜 느닷없이 팝가수 저스틴의 사진이 나오는지 같은 - 카메론디아즈의 애인이기 때문에) 들을 다 발견해낸다면 열배는 더 재밌게 볼 수 있겠지만 살아숨쉬는 캐릭터들의 표정과 연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쉬렉2 는 올 여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될것이다.
1편의 창조적인 느낌이 사라졌다고 폄하하는 평론가들 조차 이 영화의 완벽한 재미와 웃음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없을 정도이니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당장 달려가서 사정없이 터지는 폭소에 맘을 내 던져라. 맘을 열고 동심으로 돌아가 등장 캐릭터의 표정하나 동작하나에 집중하면 한시간 반동안 당신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
Filmania cropp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