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인공(?)인 얀 베르메르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이 유행하던 시대에 주류를 타지 못했던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분명 바로크의 주류는 아니다 - 아주 조용히(!) 살다간 화가다. 물론 그 시대를 가보질 못했으니, 정말 삶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삶의 흔적이 그의 그림을 빼고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화가다.
미술사에서는 이 베르메르의 그림을 19세기 와서야 높이 평가하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이 영화 덕분에 이 화가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볼 기회를 가졌으니 - 놀라운 색체대비와 놀라운 정적 구도들, 그리고,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들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빠지지 말아야할 것이 그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고호나 뭉크 같은 좀 바쁜 그림들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뭐가 모르게 아주 지루하다! 마치 아주 절제되어있는 예술 사진처럼.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이런 지루한 화가 이야기를 했는가 하면, 이 영화가 그의 작품하고 너무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17세기 사진같은 미술작품들을 보고 있는 듯 하다 - 이 사조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 또한 쓰이고 있는 음악도 지극히 지루하다 마치 내 발자국 소리조차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걸어다녀야하는 고상한 화랑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배경 음악같이. 그럼 시나리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원작의 그 섬세한 심리묘사를 충분히 못살렸다고 한다. - 원작을 읽지 못했으니 모르겠지만 - 아무튼 단순히 생각하면, 3류 멜로다. 그것도 아주 고요한!
그럼 도데체 이 영화의 매력은 어디 있단 말인가? 영화를 보고 한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 꽤 오래간만에 재미난 고민에 빠졌는듯. 나름대로 찾은 답은 메르메르 작품의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
모두들 바쁘게,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의 거의 3백여년전의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한번 그 움직임을 멈추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에서 읽혀지는 고요함을,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고요함을 - 앞에서 계속 이야기 했던 지루함은 고요함으로 해석되어야하지 않을까? - 한번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사전에 그 시대의 미술사와 문화사를 함께 열심히 공부해서 그영화를 보면서 지적인 사치를 즐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참고자료가 될것이다. 하지만, 과연 심심풀이로 영화를 보는 대중 관객들에게 얼마나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개봉 자체가 막혀 국내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없다면 참 아까운 영화다. 개인적으로 감독에서 하고픈말, 물론 듣지도 않겠지만, - 고요의 직조는 미술에서의 이야기이지 영화에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를 만들어주세요.
"고요의 직조" : 월간미술 2000년 4월호 문광훈 기고, 베르메르 작품세계에 대한 엣세이에서 쓰인 말.
뭣하는 짓거리람.
누구는 타국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죽어가고, 누구는 팔짱끼고 '그놈 참 안됐다'고 연신 보도하고, 누구는 국제적 신의가 달렸다며, 그짓으로 얻는 것을 없다면서 꽉 막힌(?) 소리를 하고, 그리고 나는 여기서 '베르메르 그림 예쁘지 않는가?'라고 하면서 관심도 없는 이들에게 강요를 하고 있으니....
내 평생 살다가 이런 일도 겪어보는구나고 외친 날에. 더럽다 세상. 자식 새끼들한테 뭐라 말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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