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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와 <령>을 보고 난 후에..
thehours 2004-06-19 오후 8:52:54 1221   [3]

 

 지난 11일 2004년 첫번째 공포 <페이스>가 개봉했고 18일엔 김하늘 주연의 
 
 령이 개봉했다. 작년 6월 13일 개봉한 <장화,홍련>의 장르영화로선 폭발적

 이었던 흥행으로 공포영화에 영화인들의 시선이 집중된 채 개봉한 두 영화를

 개인적으로는 '실패 '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두 영화를 ' 실패 ' 라고

 단정짓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먼저 신선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를 예로 들고 싶다. 일단 <페이스>는 ' 복안 '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어 주목을 받았는데, 그 신선한 주제는 내용상에선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영화는 <텔미썸띵>의 플롯을 그대로 빌려와 <폰>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가 <장화,홍련>으로 끝내는 짬뽕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 중반 쯤이면 영화의 결말을 눈치 챌것이고,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에 익숙한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영화가 시작한지

 1분도 채 안돼서 결말을 알아 챌 수도 있다. 그 점에선 <령>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여고괴담>을 50%, <여우계단>을 30%, <장화,홍련>과 <링>을 10%씩

 섞어놓은 듯한 이 영화는 공포영화에서 자주 쓰여지는 ' 왕따 '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지만

 뭔가 더 많은 것을 담고자 한듯한 신인감독은 뻔한 내용을 뻔하게 풀어나가는

 것마저 실패하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단조로운 스토리에서 감독은 대부분의

 장면들을 한참동안 같은 각도로 잡는다던가, 아니면 지나치게 과장스러운

 각도로 잡는다던가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이는 <여친소>가 전혀

 필요없는 부분에서 끊임없이 360% 카메라를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포장하는 방법이며,

 때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령>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결말을 미리 암시하고 들어가는 영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11월 개봉했던 <아이엔지>같은 경우는 결말을 미리부터 알리고

 내용으로 들어가지만 현실적이고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된 배역들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두 영화에 비해 오히려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두번째로는 전혀 납득이 안 가는 인물들의 심리변화를 들 수 있는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악행들을 저지른다는 <페이스>의 말도 안돼는

 배경은 영화의 결말을 위해서 급조되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령>도 그에

 나을 바가 없는데, <여우계단>에서 하나밖에 없는 친한 친구를 발레때문에

 죽음까지 몰고갔던 진성처럼, <령>에서도 일반적인 사람으로선 납득 하기가

 힘든 갑작스러운 심리 변화가 나타나는데, 영화를 보실 분 들을 위해서 언급은

 피하겠지만, (하긴, 시놉시스만 읽어도 알만하긴 하다.) 이 역시 결말로 가기

 위한 급조된 내용일 뿐이다. 마지막으로는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를 이유로

 들 수 있다. 드라마에서 더 익숙한 신현준과 송윤아, 그리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물오른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김하늘과 역시 드라마 배우 류진.

 이름만 들으면 그다지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은 공포영화란 장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 <페이스>에서 신현준 코미디인지

 공포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우스운 연기를, 송윤아는 멜로인지 공포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애매한 연기를 보여준다. <령>에서 김하늘은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시종일관 같은 표정으로 보기만해도

 저절로 지루해지는 연기를 한다. 류진에 대해서는 연기보다 왜 이 영화를 선택

 했는지를 묻고싶다. 그래도 스크린 데뷔작인데 전혀 비중이 없는 이런 역할을

 맡고싶었을까. 이 영화에서 류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단지 삼각 수영복을

 입고있을때 밖에 없다.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들을

 보라, 마라할 권리는 내게 없다. 다만, <여친소>를 보고 실망하신 분이라면,

 최근 한국영화에 큰 기대를 가지고 계신분이시라면 이 영화를 그다지 권해

 드리고 싶진 않다. 이 두 영화와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이 <장화,홍련>의

 일부 속성을 갖추고 있을것이란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폰>으로 전형적인

 공포를 보여줬던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나 또다른 신인감독의 <인형사>.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쓰리, 몬스터>이다. 유일하게 창작성이 기대되는 이 작품. 과연 어떨까?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감상평을 남길 수 있을 정도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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