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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반전이 중요했던가..?
ysee 2004-06-17 오후 5:13:11 1182   [1]

감독:김 태경  주연:김 하늘, 류 진, 남 상미, 신 이, 전 혜빈, 전 희주

<호>[령] 반전이 중요했던가..?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섭씨 20도가 훌쩍 넘어버린지 오래고 남부 지방은 걸핏하면 30도가 넘는다. 올 여름은 장마가 짧고 지독한 더위가 오래 지속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여름날 생각을 하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걱정된다.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떠날 계획을 세운 현대인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계획을 세운 현대인들이 있다면 필자로서는 상당히 부럽다.

필자는 여름이 되면 복날의 강아지 마냥 더위에 지쳐 할딱할딱 거리기에 여름엔 될 수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파도 꼭 여름에 아프기 때문이다. 그럼 여름에 무엇을 하느냔 질문을 한다면 답은 하나다. 걍 극장이나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관람한다. 그것도 주로 공포 영화를.. 올 여름에 개봉할 공포 영화들은 예년에 비해 편수가 늘어났다.

본격 공포 호러를 표방하는가 하면 공포에 코미디를 가미해 웃음을 주려는 영화도 있다. 앞으로 개봉할 국내 공포 영화들 중 이미  페이스 가 첫 출발을 하였는데 그나마 선전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물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  령 이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평할 "령" 은 공포 영화로서의 법칙을 그럭저럭 살렸지만, 반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지 갈수록 애매모호 한 마무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영화의 가장 큰 줄거리는 말하자면 이러하다. 어떠한 사고로 인해 [민지원:김하늘]은 기억이 상실된 상태이고, 그저 사회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하지만 [민지원]을 알고 있는 듯 한 지인들은 [민지원]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현한다. 적대감에 대한 궁금증과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게 되면서 [민지원]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아 나선다. "령"의 내러티브는 간결하고 핵심을 파고들기에 마음에 드는 공포의 소재이다. 더욱이 우리에게 친근한 "물"을 소재로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 승, 전, 결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없는 기억 상실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되는데, 영화의 결말과 동시에 앞전에 보았던 시퀀스들을 퍼즐 맞추듯 복잡 미묘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반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탓이었을까..? [민지원]을 둘러싼 인물들은 분명 그녀와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지원]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 [민지원]이 잃어버렸던 기억 속에는 고교 시절이 존재한다. 현재의 [민지원]은 차분하면서도 발랄한 여대생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고교 때의 모습은 그야말로 왕따를 조장하는 못된 여학생이었다. [민지원]의 친구들인 [은서:빈] [미경:신이] [유경:전희주]들도 짝짜꿍하여 [민지원]의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수인:남상미]를 마구 괴롭힌다. [민지원]이 잃어버렸던 기억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물들을 다루는데 있어 미비하게 표현했으며, 단지 귀신이란 존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시퀀스에만 공력을 쏟아 부어 김 빠진 맥주로 다가 온다.

공포 영화의 법칙 중 영화의 끝자락에서 관객의 뒤통수를 치기 위한 반전을 준비한다면 영화의 흐름 속에 일종의 복선을 깔아두어야 하며, 아주 강렬한 플래쉬 백으로 상황을 설명하게 되면 관객들은 오싹한 느낌을 가지면서 "이거 제대로 뒤통수 치는데.."하는 마음을 가진다. 허나 "령"의 반전을 아는 순간 첫 번째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두 번째로 [민지원] 과 [수인]의 관계가 온전한 머리 속을 뒤흔들어 버려 "이게 뭐야~"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령"은 공포 영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접어두고 다음 이야기를 하자면 공간에 대한 활용이 너무나 미숙했다. 공포 영화에 있어서 공간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된다. 여느 공포 영화에서 보아왔듯이 공간은 관람하는 이들에게 묘한 심리적 부담감을 제공한다. 공간 속에서 보여지는 것! 들려지는 것! 느껴지는 것! 이것만으로도 공포 영화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다. 하지만 "령"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민지원]의 생활 공간은 어머니와 딸.. 두 사람이 지내기엔 상당히 커다란 집이다. 집이란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긴 하지만 빛이 차단되어 늘 어둠이 유지되고 집 안 곳곳에 미세하게 들리는 작은 소리들로 인해 긴장감을 제공하는 묘한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속 커다란 집의 공간은 아니나 다를까 빛이 차단되어 그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밤이 되면 형광등이 아닌 벽등만으로 유지된 어둠.. 분명 긴장감을 주기에 멋들어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단지 느닷없이 나타나는 어머니의 출현만이 집이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뿐이다.

"령"은 공포 영화로서의 자질이 없다. 짜릿함과 시원함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그래도 칭찬할 구석이 있지 않은가 하고 반문을 한다면 하나 있다고 하겠다. 그것은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정을 보여준 슬픈 멜로의 느낌이 뒤늦게 마나 다가와 위안을 삼은 영화라 하겠다. 슬픔을 간직한 공포 영화로 이야기 축을 잡았다면 아니 잡았을지도 모르지만, 공포 영화의 낙제점을 받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상상을 해본다.

인천에서"호"...[www.onreview.co.kr-온리뷰] [http://cafe.daum.net/movieandcitizen - 영화시민연대]

50자평: 공포 영화로서의 자질이 없다. 짜릿함과 시원함 그리고 공포를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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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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