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은 영화들은 무의미한 돈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만 해도 1.25억 달러를 들여서 제작되었다는데, 이런 영화 17,8편 만들 돈이면 우리나라 농가부채 전체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800억원 정도 들여서 같은 감독이 만든 <인디펜던스데이>를 생각해보세요. 그런 해괴한 영화에 그만한 돈을 퍼붓다니, 이정도면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정도면 그 존재가치를 주장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이 영화로 부시정권의 반환경적 정책을 고발하는 계기로 삼으려던 환경운동 진영에 대해 폭스사측이 난색을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물론' 정치적 프로파겐다를 목적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령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 장면이 전장의 참혹에 대한 그 극명한 사실주의를 통해 '반전영화'로 읽힐 수 있듯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지구적 규모의 재앙의 스펙터클도 그 리얼리티를 통해 충분히 교육적이고 정치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영화의 어떤 설정들은 영화 외부의 현실과 노골적인 대응관계를 이루고 있어 제법 '비판적'으로 읽힙니다. 가령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는 부시정권의 반환경적 정책은, 이상기후에 대한 기상학자인 잭 홀(데니스 퀘이드 분)의 경고를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무시하는 미국 부통령이라는 설정으로 재연됩니다. 기상이변을 피해 미국 난민들이 멕시코로 불법적인 월경하는 시도한다는 설정도 어딘지 통쾌한 맛이 있습니다.
뭐 이 영화에 대해 이러저런 단점을 잡아내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만한 균형감각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블록버스터가 드문만큼 그런 단점들은 그냥 애교로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국제경제의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 미국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것이지요. -_-
토네이도가 L.A.를 작살내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살인적인 냉기가 마천루를 꼭대기부터 습격하는 장면의 긴장감은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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