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더럽고 혼탁한 중국의 어느 강이 있다..
상하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찬 탁한 물빛.. 수쥬강..
오프닝에서 나레이션으로 이야기하는 이 부분은 화자의 음울한 말투처럼..
수쥬도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시작부터가 너무 절망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부정할수도 고개를 절레 흔들수도 없는 상황이다..
비디오촬영기사인 '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시점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나'가 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나'의 얼굴이나 몸은 안보여지고 오로지..
목소리로만 그의 행동이나 성격을 알수 있다..
'나'는 돈만주면 뭐든지 찍어준다.. 그리고 어느 날 <해피빠>라는 술집의..
비디오홍보를 의뢰받아 그곳에서 일하는 '메메이'란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어느날 내가 떠나면..마르다처럼 날 찾을 거야..?"
"그래.."
"영원히 찾을 거야..?"
"그래.."
"죽을 때 까지..?"
"그래.."
"....거짓말..!"」
'메메이'가 떠나기 전날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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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
옛애인 '무단'이란 소녀를 찾아헤매는 오토바이배달원..
말수가 적고 집에서 혼자 비디오보기를 좋아하는 남자..하지만 폭력조직의 정부로도 일하고 있다..
사랑의 배신으로 충격받은 '무단'은
"인어가 되서 다시 돌아올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마르다'앞에서 수쥬강에 가녀린 몸을 던진다..
뒤늦게 소녀가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고 소녀를 찾으러 방황을 하는 남자..
'마르다'는 그녀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녀와 똑같이 생긴 '메메이'를 우연히 만나면서..
그녀가 '무단'이란 생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찾아간다..
과거의 추억들을 모두 그녀에게 얘기하고 설명하지만..
'메메이'는 그 얘기들을 믿지 않는다..
'메메이'..
술집에서 인어쇼를 하는 여자..
보드카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아주 슬퍼보이는 그녀..
'나'와 연인이지만 어느 날 그녀를 '무단'으로 생각하고 찾아오는..
'마르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결국엔.. '마르다'의 말이 사실이란걸 뒤늦게 알게 되고..
그녀 또한 "내가 떠나면 마르다처럼 날 찾을 거야..?"라는 말을..
'나'에게 남기고 떠나버린다..
<수쥬>를 처음본지 2년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다시 본지 일주일이 좀 안됐다..
처음 <수쥬>를 본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해가 막 떠오르고 있던 일요일 이른 아침..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을땐..
눈이부시도록 환한 밖을 볼수 있었다..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런 눈부심..
외롭고 우울한 영화와 달리 아이러니했을법한 그날의 햇빛마저도..
그다지 따뜻하게 느낄수가 없었다.. 뭐,이런 기분 별루 안좋다.. ^^
수쥬엔 두 커플들의 두가지 짧은 사랑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하나는 허구적이면서 동화같은(영화에두 인어가 나오더랬지..) 사랑-마르다&무단..
다른 하나는 현실적이면서 불안정한 사랑-나&메메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
"마르다처럼 그럴수 있어..?"라고..
....
지금의 현실에선 찾기 쉽진 않지만.. '마르다'같은 진정한 사랑이 있을거라고..
믿고 싶은 바램이다.. 그게 바로 현실이었음 하는 바램도 있고..
나말고도 그런 사랑을 믿고 싶은 사람에게 <수쥬>를 봤음 하는 바램도 있다..
영화내내 회색빛을 감돌던 수쥬강과 하늘..
더럽고 어두운 곳에서 시작되는 연인들..
밝고 희망적인 사랑이라 할순 없지만..암울한 회색빛사랑으로..
살아가는 그 곳 청춘들의 사랑만큼 더 슬프고..더 아름다울순 없는 것 같다..
write-물에빠진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