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임찬상감독. 신인감독의 데뷔작치고는 참 무거운 주제를 잡았다. 영화에도 유행이 있나보다. 한때는 조폭영화가 대세더니 이제는 시대물이 대세다. 하류인생도 그렇고, 효자동 이발사도 그렇고. 그런데, 감독이 너무 소심한것 같다. 영화 시작시에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 배경은 실제와 다릅니다.' 라는 소심한 문구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들이 뻔히 아는 박정희 대통령, 차지철, 피스톨 박, 전두환 대통령 등에 대해서도 그저 겉에서 관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첫 작품이라서 그런가?
내용 - 이 영화는 특이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았던(존재할수도 있지만) 효자동 이발사가 작은 계기로 인해 청와대 전속 이발사가 되고, 권력들 틈속에서 이리저리 채이는 소시민의 삶을 그렸다. 김신조 일당이 넘어왔을때 전염되었다는 마루구스병(일종의 설사병)을 통해 무지한 시민이 어떻게 권력에게 휘둘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즉, 우화의 큰 줄기안에 실화를 끼워넣은 형식이다. 하지만, 그 우화와 실화속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피가나고 살이튀어야 하는 고문장면에서 전구가 반짝이고, 너무 희화화 하다보니 우스꽝스러워진 고문관의 모습이라던가, 말도 안되는 처방으로 다시 걸을수 있게되는 낙안(송강호의 아들)이라던가, 판타지와 리얼리즘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판단지 서지않았다.
배우 - 역시 송강호와 문소리의 연기는 뛰어났다. 그들의 연기에 의해 이영화가 살아날수 있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아들앞에서는 한없지 멋지고 자상한 아버지이지만 큰 권력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한없이 작은 소시민인 역할을 살을 찌우고 머리를 파마머리로서 완벽히 소화해 내었고, 문소리 역시 바람난가족에서의 요부역할을 벗고, 순진한 시골처녀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냄으로써 효자동이발사 영화의 한 축을 충분히 담담해 내었다. 그외에 아들역의 이재응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류승수의 역할도 감초역할을 잘 해주었다.
총평 - 신인감독으로써 무거운 주제를 잡은것이 어찌보면 득이될수도 해가 될수도 있었는데, 해가 되지는 않은것 같지만 그렇다고 성공적이다고는 볼수가 없다. 리얼리즘을 우화로 풀어낸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둘 사이에서 어느것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네 아픈 현대사를 좀더 문제어린 시각으로 봐주었으면 좋았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 영화에서는 신인감독의 허울을 벗는만큼 소심함을 벗고,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것을 과감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