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또는 공포영화는 일반적인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주류에 속하는 영화는 아니다.
장르가 가지는 특성상 영화 속에는 많은 양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 살인마나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어가는 시체들, 그런 상황들로 인해 형성되는 극한의 공포감등 잔혹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잔혹하게 그려지고, 사람들을 더 처참하게 더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의 연출이 마치 재미나 즐거운 유희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분위기가 일반 대중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편안히 보기에는 익숙치 않은 불편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보니 이런 종류의 영화는 대다수의 사람들 보다는 일부 매니아들 정도가 열광하며 지지하는 제한적(?)인 대중성을 띈 영화의 장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제한적인 대중성을 띈, 부분적인 지지를 받는 호러 영화라고 해도 의례적으로 박스오피스에 1위로 등극, 꽤 많은 일반 관객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영화들이 가끔 등장하여 호러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금 자극하곤 한다. 미국에서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 화제를 모은 영화 <새벽의 저주(Dawn of dead)>는 좀비(Zombie)가 전면에 등장하는 정통 호러 영화다. 영혼이 없는 살아있는 시체, 자신의 정체성도 사랑하는 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저 굶주린 짐승처럼 자신의 주변을 모든 것을 피폐하고 황폐하게 하는, 세상전체를 좀비들이 기거할 위한 또 다른 지옥으로 만들려는 듯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굳이 영화를 보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공포의 느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호러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 어딘지 익숙하다는 느낌이다. 작년에 보았던 데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속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의 모습이 좀비의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보았던 좀비 영화들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인물이나 줄거리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전혀 낯설다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없다. (알고 보았더니 1978년에 나왔던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이라는 영화를 현재에 맞게끔 각색 리메이크한 작품이란다.) 조금은 익숙한 느낌의 영화 <새벽의 저주>는 낯선 배우들이 등장하는, 자극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조금은 불편한 느낌의 호러 영화이지만 익숙함이 친숙함으로 다가와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감상하게 한다.
오프닝
영화는 한가하고 평안한 한 마을이, 그곳에 사는 순박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밤을 지나 새벽에 이르는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참혹하게 변해버린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던 이웃과 남편이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을 공격하며 위협하는 상황은 화면자체가 잔혹하고 잔인해서 라기보다 내용이 주는 섬뜩함으로 더 무섭고 공포스러운 느낌이다. 그리고 연이어 혼란스럽고 공포스런 사회상을 훑어가듯 보여주는 뉴스 화면과 교차되는 핏빛 크레딧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극한의 긴장으로 몰아가며 꽤 그럴 사한 공포 영화를 벌써부터 기대(?)하게 한다.
* 나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이 영화의 오프닝은 드류 베리모어가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던 영화 <스크림(Scream)>의 오프닝 만큼이나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다.
재미(?)있는 호러 영화 <새벽의 저주>
호러 영화는 죽음과 관련된 인물간의 긴장된 상황의 연속으로 흥미진진한 스릴을 연출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머스런 상황이나 재미 같은 것은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호러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우스꽝스럽거나 유머스런 장면은 어떤 영화 속의 유머보다 더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곤 한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스크림>이란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영화가 담고있는 공포 속의 유머 탓이다.
영화 <새벽의 저주>는 완전히 좀비가 세상을 장악한 것 같은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 겨우 살아남은 몇몇의 사람들이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 함께 협력하여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가는지를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따라서 긴장된 상황에서도 가끔은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재미도 느끼게 된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 예민했었지만 점차 협동이,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 살길임을 깨닫고 협력하며 극한의 상황을 극복해가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전형적인 그러나 다양한 인물군…
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주연급 배우들은 대부분 일련의 군단(?)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이 영화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죽어가고 희생되는 모습을 보이며 과연 누가 어떤 상황에서 죽고 때론 살아 남게 될 것인가를 가슴 졸이며 바라보게 되곤 한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좀비들의 습격을 피해 살아남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인물 군이 등장한다.
첫 장면부터 영화 속에 등장, 영화의 대표적 주인공의 모습을 보이는 안나는 공포영화 속 여주인공의 질긴 생명력을 가장 잘 확실하게 보여준다. 절망적이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홀로 살아 남고 먼저 좀비들의 습성을 발견,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 전형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그와 함께 쇼핑몰에서 함께 기거하게 되는 사람들, 좀비들에게 동생을 잃었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경찰 케네스, 유약하지만 지적인 모습으로 무리를 이끄는 마이클, 무언가 일을 낼 것 같은 조금은 불안한 모습의 안드레 그리고 임신한 그의 아내 외 여러 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좀비로 인해 밀폐된 그들 사이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극대화 시킨다.
스토리가 살아(?)있는 호러 영화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이 재미가 없고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무차별적인 살육만 팽배하고 영화가 가져야 할 줄거리를 무시하는 속 빈 강정 같은 형태를 띄었던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어찌하다가 극한으로 몰린 주인공이 극적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 살인마를 물리치고 살아난다는 식의 줄거리는 너무 익숙하게 자주 보아왔던 터라 그런 이야기는 이제 관객에게 먹히지 않는 식상한 느낌의 뻔한 영화로 전락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딘지 색다른 느낌의 이전의 영화들과는 조금은 다른 나름의 줄거리구조를 가지고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좀비의 등장과 그것이 주는 공포로 시작한 영화는 살아 남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들의 모습, 제한된 공간이지만 정착하며 나름의 생활방식을 갖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한계상황을 벗어나 살길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현 상황을 극복하혀는 점차 전진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다. 그리곤 많은 희생을 통해 새로운 공간에 도착한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로 장식된 엔딩 크레딧으로 영화는 마지막까지 영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며 끝까지 영화가 수행해야 할 공포에 대한 임무를 충실히 완벽하게 수행한다.
나 자신 영화가 가지는 유머 때문에,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줄거리 때문에 이 영화를 꽤나 재미있게 보기는 하였지만 호러를 표방하는 장르의 영화가 가지는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전형적인 공포 영화임으로 이 영화가 가지는 잔혹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거북하고 불편하여 많은 이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특별히 공포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잔혹한 장면을 즐기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있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또 겁이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중성을 띈 공포 영화임에 분명하다. 나처럼 공포영화를 혐오(?)하는 사람도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였으니까…(뭐 아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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