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장풍대작전-4월30일 개봉]
경쾌한 흐름과 현혹될 만큼 매혹적인 무술씬이 예사롭지 않다!
전작을 뛰어넘는 화려한 부활!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관람했을 때 그 잔인한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충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피도 눈물도 없이’가 개봉됐을 때 그 실망감은 깊고 깊었다. 그리고 감독의 능력은 전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여기저기 설킨 짝퉁으로 관객을 조롱했으니 분명 그의 존재도 쉽게 사라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라한장풍대작전’을 보자 관객은 자신의 섣부른 판단에 잠시 후회해본다.
“아라한장풍대작전”은 도시무협물이라는 표명아래 관객을 찾아왔다.
이미 예전에 “화산고”를 접한 관객이라면 과연 영화의 완성도가 어디까지 이르렀을까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현대판 무협물인 화산고의 시도는 관객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으나 뭔가 미지근한 구석에 심각한 실망도 겹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실망을 무시한 채 다가온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그 뻔뻔스러움을 넘어 관객의 냉정한 마음을 흔들 만큼 예사롭지 않다.
무협물이니 분명 CG는 기본적으로 깔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 보여주는 CG는 그리 강하게 관객을 사로잡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감독의 노련함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CG가 발전했다고 해도 넘쳐나는 자본이 집대성되는 헐리우드에 비해 조잡함이 보일 것은 충분히 예상했다. ‘화산고’에서도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었다. 그래서 감독은 빌딩 위를 넘나들거나 벽을 타고 달려가는 모습을 멀리서 비춰주거나 짧고 빠르게 진행시킨다. 즉 관객이 불평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CG는 일단락 시키고 화면전환을 시켜 관객의 눈길을 다른 곳에 집중시킨다. 바로 무술씬과 류승범의 연기력에 말이다.
화려한 무술씬에 관객은 잔뜩 긴장하게 된다.
뭐 무술감독출신인 정두홍이 직접 연기하니 관객의 믿음은 반쯤 차올랐다. 하지만 관객의 의심은 날카로운 눈동자가 되어 스크린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무리 뒤집고 쏘아봐도 관객이 불평할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어깨는 잔뜩 긴장되고 입술에서는 감탄의 웅얼거림이 저도 모르게 뱉어 나온다.
깔끔하고 단아한 선의 아름다움, 빠르게 강하지만 절제된 힘의 조화, 와이어 액션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허공의 질주, 배경의 조잡함이 무시될 만큼 액션신은 관객에게 충분한 점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류승범과 안성기의 연기력은 영화를 더 빛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라한장풍대작전’을 본 관객이라면 만약 류승범이 없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감소했을꺼라고 분명하게 결론지을 것이다. 착하고 선하지만 불량끼가 잔뜩 묻어있는데 왠지 동정심과 장난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영화의 흐름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지루함이 퍼져나갈 때면 류승범은 어김없이 관객의 폭소가 터져 나올 만큼의 유모감각을 선사한다. 그래서 관객은 차가워졌다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반복하니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또한 안성기의 중후한 매력과 다른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 그리고 정두홍의 카리스마는 영화를 더 빛나게 한다.
한국적 무예고전 ‘아라치’와 ‘마루치’가 부활했다.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장풍대작전’의 최고의 매력은 요즘 한국영화가 가지는 단점을 초월했다는 것에 있다. 즉 영화가 진행될수록 초반의 화려한 매력은 반감되고 점차 지루하게 흐트러져 관객은 실망감을 얻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라한장풍대작전’은 끝까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고 흥미를 유발한다.
더욱이 허구적 내용에 맞게 애니메이션적인 기법은 관객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초반에 지루하다.
이야기의 연결은 자연스러운데 관객은 조금 지루하다. 이야기의 처음 설정이 지나치게 길고 악역의 등장도 늦다. 그래서 그 컴컴한 어둠속에 익숙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 앞에 초반을 더 빠르게 진행했다면 좀더 관객의 즐거움은 더해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길이 있다면 가게 마련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도시인에게 강렬한 충고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즉 산이 세속을 떠난 것이 아니라 세속이 산을 떠난 것이고 도가 사람을 떠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떠난 것이라고.. 하지만 길이 있으니 되돌아간다는 메시지는 자연과 전통에 등돌린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http://blog.naver.com/nabigam.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