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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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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3 오전 10:2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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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첨단의 기술과 문명으로 점철된 빽빽한 빌딩 숲속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도’나 ‘도인’은 딴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것이 도를 닦는 도인이나 산속에서 무예를 연마하는 무협에 대한이야기는 사극이나 중국의 무협영화에서만 보아왔던 것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그러한 무협이 만약 도시에서 벌어진다면 무예를 연마하고 도를 닦는 도인들이 도시 속에 터전을 잡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도를 연마하고 있다면 과연 어떤일이 벌어질까 ?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은 그런 발상의 전화에서 부터 시작된다. 무협영화에서 익숙한 산속 깊은 곳이나 황량한 사막, 왁자한 선술집이 아닌 우리의 도심 한가운데, 우리의 주변 한복판에서 장풍을 구사하고 경공술을 구사하는 숨겨진 도인들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도발적 느낌의 4인 4색 포스터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상환과 의진의 도발적 포스터가 돋보인다. 건물의 빌딩 숲 한가운데서 한번 해볼테면 해보라는 도발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상환의 표정이 인상적인 포스터는 이 영화의 얼마나 발칙하고 유쾌한 영화가 될지 벌써부터 짐작하게 한다. 상환과는 정반대로 진지하고 탈속한 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진의 포스터는 상환과는 정반대의 안정적 모습으로 두사람의 발랜스를 맞춰주는 듯하다. 여기에 의진과 상환의 스승격인 무은의 인자한 미소 속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포스터와 어둠과 외로움이 혼제된 강렬한 악의 힘이 느껴지는 흑운(정두홍)의 캐릭터 포스터들은 이 영화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평범함을 거부한다고 포스터에서부터 공고히 하려하는 듯하다.
도심을 넘나드는 통쾌한 도시무협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은 무협의 공간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서울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 대입, 우리의 주변에서 도를 연마하며 조용히(?) 살고있는 도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이라는 현대적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른 모습과 형태로 나름의 도를 수행하고 있다는 그들의 모습은 각 일터의 장인들로 그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를 담으려는 듯하다.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도시 속에서 도를 지키고 그것을 전수해 나가려는 칠선과 그들에게서 그것을 전수 받고 배우려는 상환,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히는 흑운의 모습을 통해 우리 도시인들이 얼마나 옛 것을 잊고 때론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세상이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지, 힘이, 권력이, 범죄가 그리고 비리가 팽배한 현대의 불온함이 얼마나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는 지를 은근히 비꼬고 때론 긁어준다. 그런 비뚤어진 도시를 바로잡고자 정의를 수호하고자 고층빌딩을 누비고 도심을 질주는 현대판 도인들의 활약은 우리가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유쾌함과 통쾌함, 후련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 준다.
신구의 조화, 주조연의 비례가 돋보이는 등장인물의 구성 영화는 다른 모든 무협 영화들의 정통성을 고수하는 인물(자운, 무운, 육봉 스님, 설운, 반야가인 VS. 흑운)들과 신세대 무협분위기에 걸맞은 두려움 없고 거칠 것 없는 젊은 무협인(의진, 상환)들을 골고루 배치시킴으로써 신세대 무협의 구도를 갖춘다. 고전적인 분위기의 무운도장의 칠선과 흑운의 대립, 흑운과 젊은 두 무협청년의 신구대결 그리고 젊은 열혈 청년들이 소탕하는 도시의 범죄자들과의 대립구조는 이 영화가 신, 구세대를 모두 포괄하는 선악의 대비가 골고루 포진 된, 무협의 정통성과 현대 도시라는 장소적 특성을 잘 살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제대로 된 퓨전 무협드라마 임을 공고히 한다. 더욱이 상환, 의진을 비롯한 주요배역에 가리워져 영화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을 법한 자운을 제외한 4명의 칠선들에게 나름의 성격과 설정을 부여하는 것이나 극의 곳곳에 인상적인 까메오(임하룡, 이외수, 윤도현, 봉태규 그리고 류승완 감독)들을 배치시켜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된 등장인물의 구성은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장르, 스타일 그리고 액션… 도시무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빽빽한 도시의 빌딩 숲을 자유자재로 질주하며 악인을 퇴치하는 도인들의 영웅담을 그리고 있는 영화는, 신세대가 주인공이 된, 공간을 초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새로움과 발칙함이 돋보이는 젊은 무협 활극답게 화려하고 세련되고 또한 역동적인 액션 비쥬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실에 근간을 두고있으면서도 절반은 초 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들의 공간을 초월한 몸짓(?)을 묘사하기위해 선택된 CG와 와이어는 이 영화를 화려하게 하고 단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 특징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또한 돋보인다. 어쩌면 재미도 있고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상업영화를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류승완감독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듯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액션은 가히 예술에 가깝다. 빠르고 역동적이되 고유의 박자와 리듬을 간직한 듯 정교하게 짜맞추어진 각각의 액션 씬들은 와이어가 주는 현란함, 우아함과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실내외의 여러장소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은 각각의 상황과 공간, 소품 등을 활용하여 다양하고 차별된 그림을 만들어내기위해 다양한 앵글의 카메라워크와 와이어 액션, 빠르고 역동적인 무술들로 액션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려는 듯 화려함으로 현란함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관객을 감탄시킨다.
류 브라더스이기에 가능했을 <아라한-장풍대작전> 스스로 성룡과 주성치, 홍콩영화의 광팬 이었노라고 이야기하던 류승완감독이 <아라한-장풍대작전>과 같은 평범한 범인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무협액션영화를 연출한 것은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룡과 주성치를 절반쯤 섞어놓은 허점투성이의 그러나 오뚝이 같은 상환이라는 캐릭터에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분하지 않았더라면,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춘 이 재능 있는 배우가 없었더라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 평범한(?) 영웅은 생기가 빠진 그렇고 그런 표면적인 영웅으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승완감독의 의지를 확실히 형상화하고 있는 류승범이라는 젊은 걸죽한 배우의 환상적인 호흡과 궁합은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이 근래에 보기 드문 액션영화로 거듭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다.
영화를 보는 재미 또는 아쉬움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액션 무협활극 <아라한-장풍대작전>은 정말이지 괜찮은 발상의 잘 만들어진 액션영화이지만 약간의 단점 아닌 단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많은 영화들의 이미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영화 초반과 중, 후반 빌딩을 누비는 의진과 상환의 모습에선 <매트릭스>가, 장풍을 배우겠노라고 도장을 찾은 상환의 모습에선 <반칙왕>의 이미지가, 사람의 기운을 흡수하며 기운을 회복하는 흑운의 모습에선 <미이라>의 이모텝의 이미지가 소품이나 공간을 이용한 호쾌한 액션 씬에선 성룡을 비롯한 많은 홍콩 영화들이 연상되는 이 영화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이전에 보았던 어떤 영화들이 연상되는 부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좋게 이야기 하자면이야 숨겨진 영화들을 찾는 재미라고 하겠지만 달리 말하면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만을 답습한 개성 없는, 주체의식이 불분명한 액션영화인 샘이다. 어쩌면 저리도 교묘히 짜맞춰 아주 새로운 느낌의 다른 영화로 완성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기존의 인상적인 영화들의 많은 부분을 차용,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것 때문에 영화가 어색하다거나 거슬린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신선하고 발칙한 상상력이라는 새로운 우리스타일의 무협영화라는 영화적 장점을 일부 퇴색시키고 변색시키는 구실을 하는 건 분명하단 생각이 든다.
어느 영화보다 화려한 볼거리와 인상적인 액션이 풍부한 색다른 느낌의 도시형 무협영화이면서 그에 걸맞은 멋진 캐릭터들과 기발한 상황이 주는 재미가 잘 조화된 코믹 액션활극 <아라한-장풍대작전>은 영화가 가진 단점이 있음에도 그 장점이 단점을 가리는 확실한 매력을 지닌 영화인 듯하다. 영화가 담은 근자에 보기 드문 호쾌하고 통쾌한 동시에 화려하고 우아한 액션은 아무 생각 없이 영화 속에 풍덩 빠져버리게 하는 마력과도 같다. 또한 어눌한 듯 비범한 상환을 너무도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 류승범이 보여주는 매력은 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 생생하고 활기차다. 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영화를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즐겼으며 영화 보는 내내 만족했었다. 뭐 단점 없는 영화가 어디 흔하겠는가, 그저 그 단점마저 수용하고 즐길 수 있다면 좋고 재미있는 영화고 아니라면 싫고 재미없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라한-장풍대작전>은 나에게 좋고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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