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 장풍대작전> - 단 2% 부족한 이유. 꼭 보여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장풍 한방이 나오지 않았기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가 중학교를 갓 입학하였을 그 당시가 아련한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현재 20대 중반을 넘겼으니 그 나이는 나름대로 알아서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하여간 그 때 당시에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오락이 있었다. 물론 당시 대한민국의 한 촌구석에서 벌어진 현상이라 전국적인 현상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란 오락은 선풍적인 인기를 가져오면서, 얼마 되지 않는 시골 중학생 모두를 오락실로 집결시키고 있었다. 그 오락의 주인공 위치에 <켄>과 <류>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이들의 주무기는 다름 아닌 "장풍"이었던 것이다. <아라한-장풍대작전>이란 영화를 접하기 전에 이때 부모님 몰래 코 묻은 돈을 가지고서 오락실을 넘나들었던, 오로지 "스트리트 파이터"를 한번 해보기 위한 노력들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런 개인적인 기억으로 인해 장풍이라는 제목 한 단어에 이 영화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또 하나의 기억은 <마루치아라치>에 대한 것이다. 이 만화영화가 몇 년도에 나왔는지 확실한 기억이 없지만, 앞서 말한 오락보다 더 많은 시간여행을 해야할 것 같다. 많은 부분이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 태권도복을 입고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사용하여 악당을 물리치던 그 모습이 어렴풋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런 기억 속에 <아라한-장풍대작전>의 모태가 이 만화영화였다는 것에 대해 설레는 이내 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한다.
<다찌와마 Lee>를 시작하여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이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결론은 정말 대중적으로 싶게 다가섰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공간과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무거운 주제를 담고서 흘러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주제의 대립구조가 뚜렷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역시나 류승완 이라는 생각도 잠시나마 갖게 한다.
영화는 얼빵한 순경 류승범의 등장과 함께 그의 조금은 모자란 듯한 행동으로 시작을 하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로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상환(류승범)은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두들겨 맞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날도 평소와 같이 범법자를 잡으러 가선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는데, 아리따운 처자(의진, 윤소이)의 등장으로 삶을 연명해 간다. 이로 인해 상환은 칠선과 접촉을 하게 되고, 칠선에 의해 상환은 '마루치'의 재목으로 지목이 된다. 그리고 '아라치'의 운명을 가진 의진에 의해 상환은 고된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영화는 중반까지 이렇게 뚜렷한 대결구조 없이 거대한 선과 악의 대립만 어렴풋이 보여주면서 흘러간다. 지루한 이야기의 흐름을 보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코믹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루가스를 들이키고 운명을 하는 이외수 씨의 카메오 등장은 전반부 코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 흑운(정두홍)의 등장으로 대립구조를 형성시키고 있다. 비록 아쉽게도 흑운과 상환, 의진, 칠선과의 대립구조에 있어 뚜렷함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대립하고 싸워야 하는, 열쇠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너무 거대하다는 점에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등과 같은 사건들이 흑운의 기억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대립구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봐달라고 요구하기엔 아무래도 무리라 생각한다.
이런 불확실한 대립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화려한 액션의 등장과 재치 가득한 수많은 코믹적인 장치로 막으려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라고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요소들의 승리라고 봐진다. 진중하고 긴장 가득한 순간에 방송실에 관한 한마디 대사는 영화를 보는 중에 박수를 치면서 웃었던 기억,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다시 한번 웃음을 만들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장풍 한방에 대한 강한 기대심리였다.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흑운과 상환, 의진이 최종 결투를 할 때, 화려한 액션으로의 시작은 놀랄 만큼 좋았다.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질린다고 했던가. 화려한 액션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길고 긴 지루함을 달랬던 것은 상환이 어떤 강도, 어떤 크기의 장풍으로 흑운과의 결투에서 이기느냐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꼭 보여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장풍은 끝끝내 선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투의 지루함은 끝까지 지루함으로 남아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왜 장풍이 없는 거야~"란 외침이 가슴에서 요동치고 있을 뿐이다.
http://cafe.daum.net/movieandcitiz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