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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t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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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1 오전 1:3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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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플롯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아마도 <자카르타>일 것입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각본과 서로 속이기 위해 벌이는 범죄자들의 머리싸움... 하지만 시나리오에 들인 정성은 갸륵하나 그 정성만큼이나 눈에 띄는 단점들 때문에 홀랑 망해버린 <자카르타>이고보니, 이 영화에 대해서도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확실히 <자카르타>보단 나은 영화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무리를 두지 않은 반전이나 코미디의 타이밍들이 관객들의 기대에 나름대로 부응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고 흠잡을만한 단점들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무난하게 잘 만든 장르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무난하기만 할 뿐입니다. 뭔가 인상에 남을만한 구석은 전혀 없습니다. 스타일이 몹시 새로운 것도 아니고 혼이 담긴 연기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반전에 관해서라면, 무얼보고 반전이라고 말하는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투자비 회수에 안달하는 제작자와 다른 영화가 매진되어 얼레벌레 이 영화를 보게된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듯 안전한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갈 뿐입니다. 누구도 실망시키지는 않겠지만 누구의 기억 속에도 오래 남지는 않을 평범한 영화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역시 백윤식입니다. 묘하게 섬세한 이목구비에 저음으로 욕을 뱉어내면 제법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박신양이 양아치 연기를 한다더니 결국 '사연있는' 악인 역이었습니다. 저 배우의 한계일까요? 뼛속까지 악의로 가득찬 그런 강렬한 악인의 연기를 저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이 영화에서 가장 낭비되고 있는 배우는 아마도 염정아일 것입니다. <장화, 홍련> 이후의 그녀이니까 좀 더 표독스런 팜므 파탈을 기대했었죠.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속옷바람으로 춤을 추는 그녀의 자태는 매력적이었지만, 그녀가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는 단지 들러리일 뿐이었습니다. '단지 니가 필요할 뿐이다'는 말에 상처받아 박신양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극중 백윤식의 반응처럼, 잘들 논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던져준 돈도 '안' 챙겨가는 그녀의 행동은 이 영화에서 이해하기 가장 난해한 부분이거나, 어떻게든 로맨스를 낑궈넣으려는 감독의 조잡한 의도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사람은 단연 임하룡입니다. 그 뻣뻣하고 어색한 연기라니..
여튼 이 영화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영화입니다. 봐야할 이유가 안 볼 이유보다 많지 않은 영화라면, 안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요. 극장엔 다른 영화들이 얼마든지 걸려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유선이란 배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4인용 식탁>에서 박신양의 약혼녀로 나왔던 배우였지요. 단역이었다는 점은 안타까왔습니다만...
http://cocteau.pe.kr
<이하 부분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읽어도 큰 지장은 없을테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참신한 부분은 바로 4년 전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에 관한 비밀입니다. 말하자면 '정면승부'였는데, 일부러 패를 보여주는 사기도박 같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독에게 졌다'는 기분이 드는 부분입니다. '감독은 관객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예상했겠지만, 관객인 나는 감독의 그런 예상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속지 않아!'라고 자신만만해 하다가 결국 속고 마는 상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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