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의 사사회에 당첨되어서 본 영화입니다. 시사회장에 갔을 때는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랐고, 영화 앞부분에 느닷없이 공포영화 예고편을 틀어줘서 괴로웠습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8분간, 5월 개봉 영화인 '던 오브 데스'를 틀어주었는데...전 공포영화라면 곧 죽어도 안 본다는 부류에 속하거든요. 매우 괴로웠습니다ㅠ_ㅠ 영화관에서 어디 피할 곳도 없어서 시선을 내리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까지 막는 데는 실패, 그 요란스런 비명소리며 공포영화 특유의 음향을 고스란히 다 들어야만 했다지요ㅠ_ㅠ
덕분에 기분 다운된 상태로 영화관람 시작.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온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없이 본 영화였습니다. 벤 스틸러가 출연한 영화는 거의 본 것이 없어서, 포스터의 벤 스틸러가 '앨리 맥빌'에 나오는 스티븐(역의 배우)과 비슷하게 보인다는 이상의 감상은 없었구요;;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일분일초를 따지고 확률을 보는 안전지향적 보험업계 종사인(정식직업명이 두어번 나왔으나 기억 못함--;;)과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웨이트리스의 불협화음이 화음이 되는 과정, 서로 동화되는 과정을 즐겁게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대체로 영원과 결혼에 목매는 건 여자 쪽인 경우가 많은데 남자가 그러길 원한다는 것도 신선했고...안정이냐 위험감수냐의 고비에서 고뇌하는 것도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볼 때는 내내 재미있었는데, 약간 허전함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로맨틱 코메디 영화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예상에 빗나가는 무언가가 없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반부에 부인에게 뒤통수 맞는;; 장면은 크게 놀랄 장면이긴 했는데, 폴리와 루벤의 연애담은 아슬아슬하긴 해도 예상과 크게 어긋나며 진행되진 않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지요.
캐스팅이 잘 되긴 했는데, 제니퍼가 <프렌즈>의 '레이첼'을 넘어서려면 아직 더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워낙 인기있는 시리즈라서 프렌즈 출연진들이 다른 작품, 혹은 영화에 출연할 때면 레이철이, 혹은 조이가, 혹은 챈들러가 잠깐 외유한 듯한 느낌을 받긴 하는데...대체로 그들의 연기나 캐릭터 또한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일 듯 하구요.
제니퍼가 그나마 영화 쪽에선 많이 선전하고 있긴 한데, 이 영화에서 벤 스틸러와 처음 만나 '너 누구 아니니? 나 누군데...' 하는 인사를 나눌 때, 프렌즈 시즌 중 한 에피소드(6시즌 15, 16 에피소드, 만약 이랬다면...이란 가정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 중 거리에서 로스를 만나 서로 인사하는 장면이 딱 떠올랐습니다. 인사가 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 장면이 바로 연상되어 버리니 좀 그렇다라구요. 폴리 역이 레이첼의 캐릭터에서 많이 벗어난 캐릭터도 아니었기도 하고...그러나 레이첼과는 미묘하게 다른 캐릭터라는 점에서, 프렌즈가 끝나도 제니퍼는 다른 역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애초부터 안 맞는 사람이란 없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시작되는 것도 없다, 때로는 모험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