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윤인호 주연:김석, 이세영, 김명재, 나아현, 지대한, 정선경
<호>[아홉살 인생] 괴로운 내 인생..--v
TV를 시청을 잘 안하는 필자는 언젠가 한 번 모 방송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소개해준 여러 책 중에 인생에 관한 소재를 다룬 책이 있었는데, 책의 제목이 "아홉살 인생"이었다. 이미 100만부 이상 팔렸던 베스트 셀러였지만 이때 방송을 타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필자 역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우연찮게 필자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아홉살 인생"의 책을 받게 되어, 첫장을 넘기고 마지막장을 넘길 때 왜 "아홉살 인생"이란 제목을 지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홉"이란 숫자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그렇게 커다랗고 중요한 숫자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의 내용은 한번쯤 권하고 싶기도 하다. 10대를 맞이하기 전의 9살..20대를 맞이하기 전의 19살.. 30대를 맞이하기 전의 29살.. 40대를 맞이하기 전의 39살.. 계속된 삶을 살아간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홉의 숫자는 새로움에 대한 동경보다는 한번쯤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보아야하지 않나 하는 질문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무작정 앞만 보고 뛰어 왔기에 자신이 줄기차게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후회는 하지 않았나.. 내 자신이 좇아가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나를 혹시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끔 해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홉의 숫자에서 간혹 "에효 벌써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내년이면 몇 살이 되네.."하며 기쁨보다는 푸념어린 넋두리를 하곤 한다. 나이에서 찾아오는 허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함인데도 좀더 깊이 있는 생각을 못하는 것은 그만큼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소설 "아홉살 인생"은 바로 인생을 되돌아보게끔 이끌어주면서 어른의 시선이 아닌 첫 아홉을 맞이하고 보내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소설이 가져다준 의미와 감동을 담고자 제작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아홉살 인생"은 바로 원작소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어본 영화 팬들이라면 등장인물들에 대해 빤히 알고 있을 것이요.. 소설을 읽지 않은 영화 팬이라면 다소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자 영화는 산에 응집된 동네 전경을 맑은 수채화로 채색하여 보여주면서 실사로 돌아와 시작된다. 소설 속에서 느꼈던 동네의 전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이 하나둘 나타날 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담겨져 있다는 것에 흐뭇함이 느껴진다. 알다시피[모르다면 할 수 없지만..] 우리의 주인공 [백여민:김석]은 강한 아이이다. [여민]이 중심으로 [신기종:김명재], [오금복:나아현]이 포진하고 있고, 동네 대장을 먹고 있는 [검은제비:박백리]의 모습이 보인다. 학교로 가게되면 [여민]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피부가 뽀얗고 옷 잘입고 새침떼기 같은 [장우림:이세영]이 전학을 온다. 이렇게 4명의 아이들이 영화를 이끌어 갈 것이란 느낌을 팍 주면서 아이들이 펼치는 여러 사건 중심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여러 사건이라 함은 소설 속에 이미 나와있는 것 중에 [여민]이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들과 사건을 집어내어 영화 속에 투영시켰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골방에서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민]이를 간혹 이용하는 [팔봉]이란 인물과 피아노를 가르치는 어여쁜 누나가 등장한다. 이 두 인물은 [여민]이가 유일하게 어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관계란 점이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는 소설 속만큼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 문제는 원작이 가진 힘을 과연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감독이 선택한 것은 바로 아이들이 느끼는 사랑이다. 아홉 살에 찾아든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삼각 관계를 담았다. [여민]이는 [우림]에게 마음이 있고, [금복]이는 [여민]이에게 마음이 있고, 정확히 삼각형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애를 태워가며 참고 참고 하는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나 예고편에 나오는 카피를 보면 "아홉살.. 이 나이에도 지키고 싶은 여자가 있다"라고 되어 있다. 아홉 살에 "지킨다"라는 의미를 아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지킨다는 것일까..? 광범위하게 다가 올 수 있는 의미를 쉽게 풀이한 것이 바로 아홉 살에 찾아든 "여자"란 것이다. 처음으로 느껴지고 다가오는 여자의 실체를 맞닥트리는 순간 [여민]이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유인즉 여자는 알다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여민]이를 한켠에서 눈물을 머금고 바라만 보아야 하고, 거짓말만 살살하는 [우림]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끼고, 어떻게 해서든 [여민]이의 마음을 돌려놔야 안심이 되는 [금복]이의 처절한 사투는 "질투는 나의 힘" 처럼 다가온다.
이 세 아이들의 사랑싸움을 묵묵히 지켜보는 [기종]이는 마치 방관자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여민]이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금복]이에게 포기하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주려고 하는 모습은 역시 가재는 게편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아이는 아이지만 남자란 느낌을 전해준다. 이렇게 아이들의 행동반경만을 보더라도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헤쳐지는지 대략 감이 잡힐 것이다.
영화 "아홉살 인생"을 날씨에 비교한다면 맑고 쾌청하게 시작되다가 서서히 구름이 끼면서 마침내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사랑놀이에 웃음이 절로 나오기에 맑고 쾌청한 것이요, 삼각 관계로 인해 마음을 다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기에 구름이 끼면서 흐려지는 것이요, 마침내 서러워서 울음이 터지는 아이의 모습.. 엄마에게서 전해지는 기쁨과 대견함 그리고 슬픔이 전해지는 회초리 때림의 모습 등에 의해 눈시울이 붉어지기에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 같다는 것이다.
아홉 살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느끼는 모든 것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른만큼이나 심각하고 괴롭고 서글프며 힘들다는 것이다. 아이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움을 제공한 "아홉살 인생"은 딱 그만큼만 해결했다는데 만족감을 내비치고 싶다. 원작 소설이 담았던 모든 것을 영화 속에 담기엔 많은 무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민]이란 아이가 그토록 강한 아이가 되었는지.. 어른만큼 사고가 깊을 정도로 생각이 깊은 아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전달이 미흡하여 적잖은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소설 속에서 그다지 많이 묘사가 되지 않았지만은 [여민]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 바로 [아버지:지대한]이다.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인해 조금씩 성숙되어갔던 [여민]이는 가족을 보살펴야 하고, 남자는 여자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하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도와줄줄 알아야 하는 것.. 그밖에 남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정확히 알려주었던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아마 [여민]이도 말썽만 피우고 철없는 한낱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여민]이에게 있어 진정한 스승은 [아버지]였기에 이렇게 중요한 인물을 정확히 짚지 않고 대충 묘사한 것은 원작 소설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 영화 "아홉살 인생"은 아이들이 대거 출연한다고 우습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것이다. 맛깔스런 대사들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될 때마다 함박웃음이 지어지면서 때론 안타깝고 슬픔으로 다가온다. 질투에 대한 댓가가 너무나 크다는 것도 알게된다. 모든 것들.. 아니 아이들의 세상은 참으로 오묘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아홉 살에 다가가고 다가온 아이들.. 그 아이들에겐 "나에겐..혹은 너에겐.. 첫 번째 사람이다.."란 말이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기에 애어른들의 맑고 순수한 감동의 "아홉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아.. 빠진게 하나 있네요.. 영화 "집으로"는 이천원의 울림이 있었고요.. 영화 "오! 브라더스"는 사만원이 눈물샘을 자극했는데.. "아홉살 인생"은 천백원의 울림이 있답니다.. 천백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해보세요..^^;;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50자평: 맛깔스런 대사들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전달될 때마다 함박웃음이 지어지면서 때론 안타깝고 슬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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