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반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카니발리즘, 고문쇼 등 호러영화의 전형적인 소재를 섞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호러영화의 전형적인 코드들이 삽입된 영화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호러영화의 저변이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는 예감을 갖게 합니다.
이 영화 다 좋은데, 마지막, 우뢰매 수준의 외계인 분장은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갑자기 UFO가 나타나 경찰들에게 괴광선을 쏘아대고 강사장이 UFO로 올라가는 이후의 장면들을 넣은 것은 거의 자멸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저런 쓸데없는 장면을 왜 넣었을까요? 앞서 애써 완성한 메시지의 무게감이 저 쓸데없는 장면들 때문에 일순간에 진부한 구호처럼 들리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결국 이 영화를 하나의 우화같은 것으로 읽혀지길 원한 것일까요? 알고보니 강사장은 외계인이었다, 정도의 암시만 줘도 되었을텐데, 굳이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는 뻔한 대사까지 끼워넣는 짓을 왜 하냔 말입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지구에 희망이 없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텐데요. 저렇게 일일이 다 설명해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결국 관객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그 신참내기 형사, 처음에는 참 눈에 거슬리는 캐릭터였습니다. 실력있는 형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설정을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저 무슨 서울대 컴플렉스냔 말입니다. 하지만 그 형사를 서울대 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강사장을 죽이려는 병구에게 그 서울대 형사가 말합니다. 너의 고통을 다 안다고. 바로 다음 순간, 병구는 그에게 쏘아붙입니다. "너희들이 우리 고통을 안다고? 알면서 너희들은 도대체 뭘했지?"(정확하게 이 대사는 아니었으나 대충 이런 어감의 대사를...-_-) 좋은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 모순된 사회에 분노를 터뜨리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 듯 연출하는 그런 사람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할까요? 그의 분노와 동정심은 결국 장신구처럼 자신을 꾸미기 위한 수단인 것은 아닐까요? 영화에서 그 서울대 출신의 형사가 한 일은 결국 병구에게 총을 쏴 강사장을 구한 것입니다. 그 덕택에 승진하겠지요. 가진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준 덕택에 말입니다.
여튼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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