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사쿠 킨지의 전작 <배틀 로얄>은 센세이셔널한 소재와 잔인한 비주얼로 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그 영화의 은유는 무척 설득력있었습니다. 제멋대로인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불만, 이제 곧 살인적인 경쟁으로 내몰릴 청소년들의 불안감, 오랜 불황으로 암담해보이는 미래, 이 모든 것들이 '어른들의 음모로 인해 친구들을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경쟁을 벌여야한다'는 절묘한 스토리를 만들어냈지요. 영화는 액션물로나 성장물로나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배틀로얄II 진혼가>는? 흥행물의 속편답게 스케일은 더욱 커지고 게임의 방식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정규군과 숫제 전쟁을 벌이는 정도지요. 하지만 전편처럼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은 너무 피상적으로 그려지는데다가 그 해결도 지지부진합니다. 아빠를 죽인 원수를 어느샌가 용서한다는 식이죠. 게다가 몇몇 결정적인 사건들의 원인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느낌인데, 그걸 쉴새없이 터지는 폭탄과 오버하는 연기, 쥐어짜는 비장감으로 대충 수습하려고 합니다. 후카사쿠 킨지가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의 아들이 이 영화를 떠맡지 않았다면,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영화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배틀로얄II 진혼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단연 다케우치 리키입니다. <배틀로얄>에서 비트 다케시가 맡았던 선생 역을 그가 떠맡았지요. 원래 밑도끝도없이 후까-적당한 한국말이 생각나지 않는군요-_-;;;-를 잡는 배우인지라, 설정 자체가 과장투성인 이 영화에 썩 잘 어울립니다.
비트 다케시가 잠깐 등장합니다. 아마 <배틀로얄>에서도 그랬던거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실명으로 등장하는군요. 다케우치 리키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