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여 보게된 이 영화~
좌청룡 우백호의 지원군도 아니고 전후 좌우 할것없이 영화 시작 전부터 양손을 꼬옥 쥐고~ 기도하며 눈물흘릴 준비가 된 독실한 신도들에 둘러싸여 영화는 시작되었다.
뭐 나름대로 함께간 친구도 맘착하고 신실한 교인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준비는 하고 갔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핏빛 영상보다... 초반부터 장면마다, 음향 효과마다, 한대 한대의 매질마다, 오 주여~를 외치며 기도하듯 눈물 흘리는 그녀들을 보는것은 참 낯선 감정이었다.
웬지 울지도 떨지도 않는 나만 외계인 같은 기분이랄까~
상당히 건방지게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느 장면에서는 나도 울어줘야 하겠다 생각도 했지만 영화는 내내 특유의 미덕을 발휘해서 너무 독자의 감정을 강하게 끌어당기지도 않고(약간은 유도했다고 보지만...) 낯선 언어들로 시를 낭독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잔잔히 진행시켰을 뿐이다.
때문에 초반부터 울던(얼굴을 무릎에 대고 기도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던 좌청룡의 그녀포함~) 그녀들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외려 차분해진 모습으로 진정이 된 듯했다. 어찌나 다행인지....ㅡ.ㅡ;;
폭력적이라고 했지만 종교적으로 그려져서인지 생각보다 잔혹하지 않았고 종교 영화이지만 객관성과 영화적 관점을 잃지 않아서 비 신도들도 영화에 전념할 수 있었고 성경의 내용을 줄줄 외고 있지 않아도 어머니 마리아의 슬픔과 예수의 수난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였다.
때문에 종교가 다른 사람들도 너무 거부감 갖지 말고 한번쯤은 보아도 무방할 듯 한다.
단 관객의 지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영화관과 교회를 착각하는 열혈 신도들의 행태에 맘상하지 말지어다. 영화도 보기 전에 감동을 준비해서 오신 분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 감동도 영화 보고나서 하자구요~ 물론 개인의 자유라 할 수도 있지만 김기덕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면서 장면마다 계속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치 는 것도 과히 옆사람이 듣기 좋은건 아닌듯 하다.
그리고 영화관 관람 사상 초유의 가방 검사라는 엄청나게 불쾌할 수도 있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은 분들은 시사회 말고 꼭 자기돈내고 극장에서 보시길 권유하는 바이다.
가방 검사로 끝났다면 덜했겠지만 영화내내 뒷좌석과 옆좌석을 왔다갔다 하면서 카메라폰 검사를 하는 엄청난 감시의 눈길은 정말이지 신경쓰이고 참기 힘든 경험이었다.(늦게 가서 좌석이 나빠서 그런가...)
가장 믿음이 깊은 관객들을 가장 믿지않는 영화사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 였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베스트 장면을 뽑으라면 십자가에 못박힌채 하늘을 바라보던 예수님의 그 클로즈업된 눈동자는 아마도 종교 영화 최고의 장면이며 잠시나마 나이롱 무신론자의 맘을 헉스~하게 만들었던 베스트 장면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