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매끈하게 빠진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투박한 맛이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뭔가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여민과 우리의 어린 사랑 이야기가 골격을 이루지만, 강냉이 아저씨의 푸짐한 인심이나, 선생님의 무자비한 체벌, 냄비를 뒤집어 쓴 아이들의 뜀박질들이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로 등장하는 정선경은 등장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상당히 상한 인상을 주었다. 여민의 회초리를 때리는 장면에서도 그렇지만, 비가 새는 구멍을 막으러 올라간 남편과 아들에게 '조심하라'며 노심초사하는 대목에서 느껴지는, 그들에 대한 애정은 마음을 흔드는 바가 있었다.
예고편에는 등장하지만, 정작 본 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몇 개가 있는 것 같다. 편집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겠지만, DVD 출시 때에는 감독의 코멘트와 아울러 볼수 있기를 바란다
장대함, 웅장함, 화끈함을 기대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풋풋함, 로멘스,추억, 웃음, 눈물을 영화에서 바라는 관객이라면 아홉살 인생을 선택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담: 시사회 옆자리에 대여섯살 된 꼬마가 앉았다. 꽤나 시끄럽겠다 싶었는데, 영화 상영내내 그 꼬마의 존재를 거의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럼 그 꼬마도 영화에 몰입했던 걸까? (분명 잠든 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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