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네 별로 빨리 돌아가!
바닷가 마을에 사는 홍반장은 일당 5만원의 잡부다.
동네 사람들이 원하기만 하면 철가방도, 복덕방 중개인도, 페인트공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홍반장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마치 동네가의 오래전 심은 나무처럼 가끔씩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그에게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신경 써 돌아보기에는 나무같이 하찮은 인간이 홍반장이다.
어느 날 여 치과의사가 이사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화는 로맨스 코메디다.
치과의사와 일당 잡부와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인 듯싶다.
그런데 왠지 관객은 자그마한 웃음은 터뜨리면서
무언가 불만이 자꾸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왜.. 일까..
감독은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홍반장이 치과의사와의 사랑을 망설이는 것은 오래된 상처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갑자기 홍반장 옆을 떠나는 바람에
그는 한자리에 고정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방랑객이 되었다.
그래서 떠나 버릴까봐 두려워 바다가 아닌 땅위에 자신의 배를 올려 둔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배를 수선하고, 색칠하고, 꾸미는 그를 보면서
관객은 고독 속에 헤매는 그리움의 실체를 본다.
사랑을 거부하면서도 사람들 곁에 항상 맴돌며 그들을 도와주는 실체는
타인에게 무조건 자비를 베푸는 자의 미련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외로움을 그렇게 해결하려는 몸부림 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여주인공은 살며시 다가와 그리움의 실체를 정확히 인지시키고
남자는 처음으로 배를 바다위에 올려둬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감독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영화를 진행시키는데
이것은 도시의 외로움을 그렇게 해결하려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삭막한 도시 속에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진 자들을 질타하기도 한다.
‘홍반장’은 매력은 솔직히 단 하나다
그것은 남자 주인공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다.
마치 이웃집 남자처럼 정말 저런 인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만큼
배우는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그래서 관객은 조금씩 홍반장의 매력 속에 함몰하고
그의 만능잡부 능력을 살짝 빌려 자신의 고독을 해결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저 능청스러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모습을 유지하며 관객의 폭소 속에 잠기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그런 관객의 소망은 감독의 소망과 일치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감독은 남자주인공보다 여자주인공에 더 초점을 둔다.
분명 주인공은 홍반장이지만 여자주인공의 예쁜 척 하는 공주병은
시시때때로 스크린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얼굴을 클로우즈 업 시킨다.
그래서 이야기의 연결은 여자주인공의 의해 진행되고
홍반장의 입지는 조금씩 사라져 과연 홍반장이 누구인지 혼란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진행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면 분명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데
영화전체를 마무리 짓는 장면은 어설프고 어긋나
중반까지는 지겨움에 어깨를 들썩거린다.
또한 영화의 모든 시간이 여주인공에게 집중되어 조연들의 역할이 미흡한다.
그래서 그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맛보기전에 사그라들고
관객은 웃음은 터뜨리려다가 멈춰 갈 길을 잃고 입술에 대롱거린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웃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감독이 홍반장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여자 주인공의 연기력이 더 따라줬다면 영화는
꽤 괜찮은 로맨틱 코메디가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영화가 끝나도 계속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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