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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 짱가의 주제곡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홍반장'. 코믹한 상황과 재미있는 대사, 김주혁과 엄정화의 괜찮은 연기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은 반면에 영화의 컨셉이나 전체적인 구성, 주제의식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너무 흡사하다. 또 권투로 비유하자면 잽만 잔뜩 날리고 어퍼컷이나 훅 등 한방이 빠진 결말이 밋밋한 영화이다.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열심히 애쓴 점에서는 '어깨동무'와 비슷하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약사이고, 여자 주인공은 전과자인 반면, '홍반장'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치과의사이고, 남자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동네의 반장이다.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자립심과 자존심이 매우 강해 할 수 없이 바닷가 마을에서 치과병원을 개업하는 윤혜진(엄정화 역), 어렸을 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어 동네 사람들과 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성장해서 일당 5만원에 동네 일을 도맡아 하는 홍반장(김주혁 역).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영주가 희철의 가족과 지방 소도시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인간적인 면이 발현되고 희철을 사랑하게 되듯이, 콧대높고 게으르고 서울의 상류사회에서 놀던 혜진이 동네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체질화되어있는 홍반장과 어촌 마을 사람들에게 동화되어 결국에는 홍반장을 사랑하게 된다는 구성과 주제의식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랑 너무 흡사하다. 혜진이 바닷가 내음에 감동하는 장면까지도.
대부분의 로맨틱 코메디 영화가 그렇듯이, '홍반장'도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 신파적으로 빠져도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웃기다가 끝내기도 허무할 것 같고, 홍반장과 혜진이 적당히 갈등을 겪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까지 지속된 웃음의 강도나 독특한 홍반장의 캐릭터에 비해 결말은 너무 밋밋하고 상투적이고 식상하다. 차라리 홍반장이 대학 졸업 후에 3년 동안 어떤 일을 겪게 되어 고향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잘 그리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혜진과 홍반장의 사랑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차라리 홍반장이라는 캐릭터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식으로 결말이 났으면 아주 좋았을 것 같은 영화가 바로 '홍반장'이다.
로맨틱 코메디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영화의 장르이다. 단지 너무 많은 영화들이 똑같은 구성과 비슷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안타깝다. 등장 인물들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와 창조적인 구성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신 관객들에게 '홍반장'은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같은 날 개봉하는 조폭과 건달 코메디 '어깨동무'보다는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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